이건청의 '정직한 시인'중에서
■ 이 시는 프란츠 카프카의 '굶는 광대'의 줄거리를 빌린 알레고리 시(詩)라고 할 수 있다. 굶는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서 굶는 것은 연기인 동시에 삶이다. 연기를 연기처럼만 생각하는 배우는 연기가 지닌 내면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도 어렵지 않겠는가. 날마다 '아,저詩'는 시를 내보내지만, 이 시대의 시인은 100% 굶는 직업이며 시는 딱 굶어죽기 좋은 생산품이다. 시인이 시를 써서는 제대로 먹고살 길이 없기에, 시는 쓰는 시늉만 하면서 한 눈을 팔아야 하고 가끔은 품도 팔아야 하는데, 문득 시의 신이 내려와 정직한 시인이 되라고 하니 양심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굶는 연기를 제대로 하려는 저 배우처럼, 숟가락을 놓고 자살하듯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 풍자가 맵고 아프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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