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 이건청의 '정직한 시인'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그는 직업적인 단식가였다. 굶는 것이 특기였다. 서커스장에서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외진 구석이 그의 무대였다. 광대가 굶기 시작하면 서커스 단원이 그의 앞에 단식일수를 바꿔 달았다. 단식일 수가 늘고 살이 빠져나가면서 태연히 웃어 보이는 것이 그의 연기였다. 열광하는 관객을 꿈꾸며 그는 굶고 또 굶었다.(......)

이건청의 '정직한 시인'중에서

■ 이 시는 프란츠 카프카의 '굶는 광대'의 줄거리를 빌린 알레고리 시(詩)라고 할 수 있다. 굶는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서 굶는 것은 연기인 동시에 삶이다. 연기를 연기처럼만 생각하는 배우는 연기가 지닌 내면으로 들어가기도 어렵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도 어렵지 않겠는가. 날마다 '아,저詩'는 시를 내보내지만, 이 시대의 시인은 100% 굶는 직업이며 시는 딱 굶어죽기 좋은 생산품이다. 시인이 시를 써서는 제대로 먹고살 길이 없기에, 시는 쓰는 시늉만 하면서 한 눈을 팔아야 하고 가끔은 품도 팔아야 하는데, 문득 시의 신이 내려와 정직한 시인이 되라고 하니 양심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굶는 연기를 제대로 하려는 저 배우처럼, 숟가락을 놓고 자살하듯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 풍자가 맵고 아프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