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술에 치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피해자를 발견한 A씨는 강간할 것을 마음먹고, 피해자를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구석으로 밀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 회 차례 때려 반항을 억압한 후 계단으로 끌고 가 강간했다. 피해자는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안 전방 출혈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의 법원판결 1심에서 A씨는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뉘우치고 있는 점, 원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범행 수단과 결과, 정황 등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해 이 같은 형을 정했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말까지 대법원 종합법률서비스에서 공개된 성폭력 범죄 판결문 69건을 분석해 발표한 사례 일부다.
민우회에 따르면, 분석결과 판결문의 양형사유가 개별적인 내용과 참작된 정도가 구체적으로 서술되지 않았다. 또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 대해서도 객관적 기준이 없어 피해자와 일반인이 납득하고 수용할 만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처럼 성범죄 관련 법망을 구체화 하지 않거나, 판결에서의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지 않는 이상 아무리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 해도 큰 변화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인섭 변호사는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 왜 그런 형이 정해졌는지 그 이유가 너무 불명확할 뿐 아니라, 기재되는 이유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장다혜 민우회 정책위원도 "특히 성폭력 범죄는 성폭력 피해자가 피고인측의 합의 종용과 강요로 2차 피해에 노출돼 있어 형을 감경할 때 일관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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