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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스마트폰·게임 즐기는 대통령

최종수정 2014.01.15 16:57 기사입력 2012.11.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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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산업2부장

이정일 산업2부장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백악관에 입성하던 날. 첫 흑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발걸음에 동행한 주인공은 뜻밖에도 스마트폰이었다. 미국 림(RIM)사가 개발한 '블랙베리'로 실시간 e메일 송수신이 빼어나다. 블랙베리 마니아였던 오바마 곁에서 선거를 치렀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블랙베리는 소통의 상징이고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백악관에 입성할 때 해킹 우려로 측근들이 사용 중단을 권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마니아다운 고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바마가 집권하면서 애플, 구글,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눈을 돌려 인구 500만명의 핀란드. 전 세계를 강타한 새들이 탄생한 곳이다. '화난 새들'이라는 뜻의 앵그리버드는 '2년간 5억회 다운로드'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석권하더니 급기야 테마파크 분야까지 진출했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도 앵그리버드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핀란드 정부 홈페이지에는 앵그리버드 소개란이 따로 마련됐을 정도다.

대통령이 나서자 기업들도 거들었다. 핀란드 국적 항공사 핀에어는 모든 항공기에 앵그리버드를 새겨 넣었다. 앵그리버드의 날갯짓에 핀란드는 '게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디즈니가 2000만달러(약 210억원)에 인수한 게임 엔진 업체 로켓팩, 액셀 파트너스로부터 1200만달러(약 131억원)를 펀딩받은 게임 개발사 슈퍼셀은 모두 핀란드 벤처다.

스마트폰에 빠지고 게임을 즐기는 대통령. 우리 잣대로는 파격이다. 게다가 그 파격이 산업발전으로 이어지니 마냥 부럽다. 정작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외치는 우리는 어떤가. 경직된 사고로 게임을 불량식품처럼 꺼리고 스마트폰을 돌연변이 취급한다. 디지털 문화를 여전히 '어린 것들의 놀이'로 치부한다. 그래서 억압하고 규제하고, 애써 무시한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여성가족부의 게임 규제는 필연적이다. 저녁 12시~오전 6시 게임 접속을 금한다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발상이다. 실효성부터가 문제다. 심야시간에 청소년 게임 이용이 극히 미미하다는 조사를 보면 억지 춘향격 규제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상당수 게임의 서버나 사업자가 외국에 있어 국내 기업만 족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게임 대회에서 셧다운제로 우리선수가 패하는 해프닝은 한편의 블랙 코미디다.

'여가부보다 현실적'이라지만 문화체육관광부도 규제에 방점을 찍었으니 초록은 동색이다. 일부 학부모 단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철없는 것들이 게임이나 한다'며 혀를 찬다. 사회 부적응자 취급이다.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 우리사회의 과도한 친절. 이런 곳에서 앵그리버드가 나올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구글이나 애플 맵에서 독도가 사라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맵? 그게 뭔데'라는 고지식한 관료들의 인식 부족, 디지털 문화에 대한 경직된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 바람에 확고부동한 대한민국 영토가 사이버 공간에서는 '분쟁 지역'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뒤늦게 구글과 애플을 향해 눈을 부라리지만 근본적인 처방책이 아니다. 디지털 문화를 얕보는 경직된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디지털 문화를 남녀노소 즐기는 것이 진정한 정보통신 강국이다. 그래서다. 이번 대선에서는 스마트폰에 능숙한 대통령, 게임을 즐기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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