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무척 좋아하지만 주로 내기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형으로 손목이 아파서 간혹 병원에 오고는 했지요. 핸디캡은 10이라는데 스코어를 보면 대부분 70대에서 못 쳐야 81, 82타입니다. "핸디캡이 너무 높지 않냐"고 물었더니 "고정 멤버 모두 핸디캡이 짜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입니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치는 경우는 드롭으로 야박하게 굴지 못해 "좋은 자리에 놓고 치라"고 하는데 내기골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남의 실수가 나의 즐거움인데 즐거움이 배가 되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리 없죠. S씨는 그래서 서로 드롭을 하는 상황이 생기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싸울 수 있으니 무조건 '노터치'라고 합니다.
S씨는 카트도로 위의 공을 그냥 치다 다쳤습니다. 더 놀라운 게 그런 상황을 대비해 연습장에서 공을 바닥에 놓고 치는 연습까지 한다는 대목입니다. 프로들의 손목부상 중 가장 흔한 원인이 스윙 도중 장해물을 때린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그런 연습 때문에 지금 엘보가 왔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S씨의 '내기 사랑'은 바닥치기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송태식 웰정형외과원장(www.well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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