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사건 당시 둘 다 아직 '싱글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해 첫 싱글핸디캐퍼 진입을 위한 라이벌로 매서운 칼을 갈던 중이었지요. 운명의 그날, 티오프 시간은 8시.
역시 시작하자마자 둘은 파 행진을 이어가며 서로 맹공을 퍼부었지요. 결전을 치르는 무사답게 그늘집도 들르지 않았고, 앞 조가 홀아웃하기를 기다릴 때도 카트를 마다하고 서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까지 눈물겨웠습니다. 14번홀까지 B는 4오버파를, M은 직전 홀에서 기록한 트리플보기로 8오버파를 쳐 이날의 승리는 B에게로 굳어지는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운명의 그늘집'이 됐습니다. 파3홀을 앞두고 2팀이나 밀렸고, 출출하던 차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싱글을 눈앞에 두고 있는 B는 자리에 앉아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필자는 "지금 시간이면 에너지 섭취가 필요하니 빠른 공급이 되는 바나나를 먹어 보라"하고 권했으나 B는 굳은 표정에 가벼운 미소를 곁들이며 사양했습니다. 물론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죠.
송태식 웰정형외과원장(www.wellclin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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