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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사람으로 꿈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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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첫 화 MBC 월-화 9시 55분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일까.” <마의>는 사막을 걷는 이명환(손창민)의 자책으로 시작된다. 친구를 배신한 괴로움에 떠는 명환의 절규는 모든 것이 변하기 전, 꿈으로 가득한 지난 날에 대한 회고로 이어진다. 천민 마의(馬醫)의 자식 명환도 내의원 의원이 되고, 대제학의 자식 강도준(전노민)은 출세를 마다하고 죽어가는 백성을 구하러 의원의 길을 걸으며, 세자(정겨운)는 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백성이 고통 받는 일이 없게 하겠노라 다짐하는 <마의>의 조선은 사극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세상이다. 말들이 뛰노는 대초원에서 장엄한 한양의 풍경, 꽃잎이 흩날리는 전의감 앞마당으로 이어지는 초반의 화려한 미장센 또한 단순히 볼거리가 아니라 “가슴이 뛰도록, 자신이 믿는 대로 살다보면 그 믿음대로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 믿던 이상주의자들의 시대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장치다.

명환과 도준, 의녀 장인주(유선)가 함께 내의원 서책을 훔쳐 읽고 의술을 논하는 모습은 그 좋았던 시절의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청년들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현실정치의 벽에 부딪혀 스러진다. 조선에 돌아온 세자는 아비 인조(선우재덕)의 의지로 죽음을 맞이하고, 세자를 지키려던 도준은 역적으로 몰려 참수되며, 명환은 배신자가 되어 사막을 헤맨다. 꿈에 볼 법한 이상향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을 산산조각 내면서 첫 포문을 연 것이다. 꿈이 좌절되는 것을 보여주며 시작했으니, 지향점 또한 필연적으로 천민인 마의가 어의가 되는 과정을 그린 휴먼스토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불의에 의해 유예된 꿈을 그 다음 세대가 다시 일으켜 세우는 서사일 수밖에 없다. 이 묵직한 주제를 <마의>가 쉬이 그려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의 시기에 유예된 꿈을 인술로 복원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조승우의 드라마 데뷔작이라는 점 말고도 <마의>에 주목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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