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어 "(서로 독도를 빼앗고 빼앗기는) 그런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나면 안 되고. 그런 것은 다 우방국끼리는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독도 방어 훈련은 신성한 영토에 대한 어떠한 침탈도 용인할 수 없다는 정치적 의지 표현이지 우방국과 전쟁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노회한 외교가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진한 얘기였다. 일본이 현재 우리의 우방인 것은 맞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 관계 속에서 '기본적으로 우방'인 나라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영원한 우방은 없다'는 게 외교 관계의 기본 아니었던가?
공산주의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각각 '가치 동맹'을 맺고 대립하던 냉전시기가 끝나고 오직 '국익'만이 유일한 국제 관계의 잣대가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한ㆍ미ㆍ일 가치 동맹이라는 말이 실제 외교 관계에서 가당키나 한 말인가?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일본ㆍ미국보다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세상이다. 반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 대지진ㆍ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연이어 겪으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점점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등 '지는 별' 신세다.
이런 일본이 언제까지 우리와 '기본적인' 우방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특히 독도 문제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국지전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 조차 이것을 수용해 수년간 독도 방어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우방'이라며 독도 방어의 기본 전술인 해병대 상륙 훈련을 빼는 게 과연 적절한가 우려된다.
올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강력한 영토 주권 행사 의지를 과시했다는 이유로 매년 해오던 독도 방어 훈련에서 올해 유독 해병대 상륙을 뺀 것 자체가 어색한 일이고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다.
"일본이 항의해서 스케일(규모)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 하다. 과연 이 관계자의 말대로 "냉철한 국익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결정"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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