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사실상 물 건너간 오릭스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이대호의 목표까지 물거품된 건 아니다. 리그 최고 타자 등극의 여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릭스는 25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홈경기에서 5-10으로 졌다. 뼈아픈 패배였다. 42승9무60패를 기록해 클라이맥스 시리즈 자력 진출이 불가능해졌다. 선두 세이부(54승8무45패)와의 격차는 13.5경기. 최근 5경기에서 투수진이 44점을 내주는 등 총체적 부진에 시달린다. 무라야마 요시오 본부장이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혔지만, 8월 치른 21경기 성적은 5승3무13패에 그친다. 현지 매체들은 벌써부터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을 낮게 내다보고 있다.
26일까지 선두를 달리는 건 홈런(20개), 타점(75점) 등 2개 부문이다. 홈런은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가 25일 오릭스전에서 대형아치를 그려 공동선두가 됐다. 일정만 놓고 보면 경쟁에서 불리한 쪽은 이대호다. 나카무라(37경기)보다 4경기 적은 33경기를 앞뒀다. 하지만 이대호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무산돼 큰 부담 없이 타격을 소화할 수 있다. 나카무라는 다르다. 소속팀 세이부가 리그 선두를 달리지만 2위 니혼햄(56승8무47패), 3위 소프트뱅크(53승9무49패)와의 승차가 크지 않아 분전이 요구된다.
심각한 부진을 겪지 않는 이상 타점 1위 수성 역시 가능해 보인다. 이대호는 공동 2위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의 61점보다 14점을 더 많이 쌓았다. 비공식 타격 3관왕의 마지막 퍼즐은 장타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대호는 0.500으로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 0.503)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선두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마쓰다는 지난 1일 라쿠텐전 8회 상대투수 미마 마나부의 공에 오른 약지 골절상을 당해 3개월 동안 출장이 불가능해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된 셈. 마쓰다는 부상 전까지 378타석을 밟았다. 규정타석 기준인 446타석에 미치지 못해 경쟁에서 제외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대호와 3위 페냐(0.493)의 격차는 0.007이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공식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 하지만 이대호의 데뷔 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데뷔 첫 해 공식 타격 3관왕에 오른 선수는 전무하다.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선수도 7명(11차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한 명인 부머 웰스는 오릭스의 전신인 한큐 브레이브스에서 데뷔 2년차였던 1984년 외국인 최초로 타격 3관왕(타율 3할5푼5리 37홈런 130타점)에 올랐다. 웰스는 데뷔 해였던 1983년 121경기를 뛰며 타율 3할4리(450타수137안타), 17홈런 등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성적은 선배에게 뒤지지 않는다. 리그 주요 타격 부문 상위권은 물론 2루타(20개), 루타(201개) 등에서 1위를 달린다. 볼넷도 54개로 3위다. 벌써부터 이대호의 2013시즌에 많은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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