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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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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몰스킨(Moleskin)'노트는 비슷비슷한 다른 노트보다 훨씬 비싸다. 80페이지짜리 포켓 사이즈 노트가 국내 가격으로 2만원에 가깝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스킨을 선택한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부추기는 것은 몰스킨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헤밍웨이, 마티스, 반 고호 등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 수 있는 유명한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제품." 이야기를 통해 몰스킨은 "그 소유자들에게 개성과 지성이라는 후광을 부여한다(108쪽)." 상품과 브랜드의 내적 가치를 다른 차원으로 올려 놓는 감정의 힘이다.

 '이모션'은 심리학을 전공한 경제학자인 저자가 '감정'과 '무의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감정적 강화'를 거치면 먹는 물도 차원이 달라진다. 슈퍼에서 80센트짜리 생수를 구매하던 사람도 레스토랑에 가면 펠레그리노, 페리에 등 유명 브랜드 탄산수를 주문한다. 이 경우 가격은 7유로까지 뛴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이번에는 요새 제일 잘 나간다는 클럽에 간다. 바텐더는 '패리스 힐튼이 키우는 강아지가 매일 마신다는' 엄청난 생수 '블링 H2O'를 주문하겠느냐고 묻는다. 스왈롭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생수병을 와인처럼 테이블로 갖고 와 따라준다. 이 호사에 어리둥절해진 당신은 가격표를 보고는 기절할지도 모른다. '블링H2O'의 가격은 무려 90유로다.
80센트짜리 생수와 90유로짜리 생수에 가격 차이만큼의 가치 차이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원리를 이해하면 얼마든지 고부가가치 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책은 흥미롭다. 뇌 구조 분석에서부터 실제 마케팅 응용 사례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이모션'은 각 상품마다 숨겨져있던 비밀을 풀어준다. 소리, 촉감, 냄새, 모든 것이 그 상품을 구성하는 요소다.

일례로 애완견 습식 사료를 만드는 업체 '세사르'에서는 개봉한 상품을 재밀폐하는 용기를 만들면서 뚜껑을 닫을 때 반드시 '딸깍' 소리가 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소리가 소비자들에게 용기가 제대로 닫혀 더 이상 남은 개 사료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모종의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어떤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오 등 단순히 취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고도로 계산된 기업의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모션/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지음/배진아 옮김/흐름출판/1만 5000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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