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쓰는 습관이 예전보다는 덜한 것 같다. 대신 기억하면 좋은 짧은 메모는 급한 대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에 남겨둔다. 그런데 이 경우는 나중에 기록해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기록해둔 곳을 기억하지 못해 결국 기억 속에서 없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과거에서 온 편지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기억, 경험에 대한 증거물을 남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중요하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의 멘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할 때도 그 기본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고 그것의 가장 쉬운 방법이 내 과거를 기억하는 것, 기록을 통해 과거를 엿보고 과거의 나에게서 배움을 얻는 것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두는 정보일 뿐 나만의 지혜일 순 없다. 손으로 남긴 나의 발자취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이 아닌 인터넷을 쓰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내 가슴에 담아둔 지혜가 될 수 있다. 종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 쓰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과거에 기록해둔 글을 다시 한 번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나만의 지혜가 필요할 때 내 발자취를 들춰보는 건 어떨까.
필자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글쓰기의 힘을 길러주자고 주장하고 싶다. 요즘은 점점 학교에서 공책 사용도 줄어들고 습관이 되지 않다 보니 힘들여 필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어렵고 무거운 에세이나 논술을 쓰게 하는 것은 오히려 글쓰기의 어려움만 더해주고 글쓰기를 멀리하게 될 수 있다. 글쓰기를 멀리하면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미덕들을 놓치게 된다. 글을 정성스럽게 쓰는 습관은 아이들의 행동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리정돈하는 능력, 책임감과 능동적 태도, 인내심 등을 가져다 준다.
허상일 모닝글로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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