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축구경기의 후반전 마지막 무렵, 홍명보 감독은 김기희 선수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덕분에 김 선수는 채 4분도 뛰지 않고 병역특례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홍 감독의 배려에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단 4분을 경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물론 긴 훈련에 동참했지만, 법적으로는 경기 참여만이 병역특례의 근거입니다.) 병역면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경기에는 병역과 관련된 또 다른 사안이 있습니다. 만약 독도세리머니로 인해 박종우 선수가 동메달을 못 받게 된다면 그의 병역은 어떻게 되는지 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병역특례대상자인지를 최종 판단할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우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병역특례제도에, 더 크게 보면 병역제도의 애매한 부분에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 병역특례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인지, 국민 모두가 함께 져야 할 병역제도를 실제로는 남자만이 지고 있는 것은 괜찮은 건지, 이미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권고한 대체복무제도의 법제화는 왜 요원한지, 그리고 군복무 가산점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이처럼 국민 모두가 지는 '신성한' 병역의무가 아직 답하지 못하고 있는 질문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영국유학 시절, 강력한 반전주의자였던 캐나다 여학생이 제게 "너희 나라가 대체복무도 없는 징병제를 실시해서 종교나 신념에 상관없이 모두 '살인훈련'을 받는다는데 정말이냐"고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제가 (아들의 군복무를 기피하기 위해) 캐나다로 이민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은 나라를 지키는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군복무가 좋은 사회경험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멋지게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징병제가 불가피하다면, 병역제도를 둘러싼 여러 의견에 대해 자유롭고도 성숙한 토론과 합의도출과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아들이 자신의 병역의무를 공명정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제가 가졌던 것보다 더 큰 '자긍심'을 가지고 훈련소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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