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경제의 놀라운 성장 뒤에 그늘처럼 드리워진 것이 근로자들의 희생이다. 폴란드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1975시간으로 다른 유럽 국가 근로자들보다 훨씬 길다. 프랑스 근로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 1679시간이니 폴란드인들은 프랑스인들보다 하루 1~2시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폴란드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독일 근로자들의 20%에 불과하다. 독일 근로자의 생산성이 폴란드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폴란드에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 셈이다.
폴란드는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과 달리 유로화를 도입하지 않고 여전히 자국 화폐 즐로티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폴란드는 경제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환율을 관리하며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폴란드의 안드레이 라츠코 전 재무장관은 "유연한 환율이 수출업체에 완충재가 됐다"며 자국 경제의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가 환율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연한 환율정책은 서민들에게 물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물가 상승은 주택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입자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활동가 야쿱 가윌코우스키는 "2009년 전후로 임대료가 갑자기 200~300% 치솟았다"며 "상당수 노인의 경우 임대료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노인층이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생활비에 비해 연금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연금생활자인 노인이나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는 간호사들의 경우 빠른 경제성장의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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