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시장의 비장한 어조는 계속됐다. "인천타워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가 불어닥쳐 PF(프로젝트파이낸싱ㆍ자금조달)이 되기 어려운 지지부진한 사업이었다. 안되고 있는 사업을 되게 하려고 발버둥치면서 구조조정해온 것을 마치 잘 되고 있는 사업을 새로운 시장이 와서 중단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착수 6년 동안 착공조차 안되고 있는 인천타워 건립 차질에 대한 항변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송 시장은 2010년 7월 시장 취임 당시부터 인천타워 규모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시장상황을 생각할 때 3조원이나 드는 타워 건립사업은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업규모 축소는 쉽지 않았다. 인천타워 건립을 조건으로 송도 6ㆍ8공구 227만㎡ 부지 개발권을 따 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시는 타워 규모가 줄어든 만큼 당초 시가 공급하기로 한 부지를 환수하려고 했지만 그 면적을 놓고 송 시장 취임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LC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송 시장이 공개적으로 항변하고 나섰지만 인천타워 규모 축소는 한 동안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안 전 시장 시절 인천시가 SLC와 맺은 개발협약이 걸림돌이다. 시가 SLC를 압박할 만한 근거가 없다. 협약대로라면 SLC는 인천타워를 아예 짓지 않아도 227만㎡ 부지에 대한 개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 부지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가용용지의 90% 이상이 아파트와 주상복합, 상가시설에 할당돼있다. 축구장 20개 넓이에 버금가는 인천타워에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들이다.
시는 인천타워를 102층으로 줄여줄테니 아파트ㆍ주상복합 용지의 일부를 시에 다시 내놓으라고 SLC에 촉구해왔다. SLC는 전체 부지의 10%선인 20만㎡ 정도만 반납할 수 있다고 버텼다. 시는 설득을 거듭한 끝에 가까스로 그 면적을 99만㎡로 늘려놨다. 하지만 협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SLC가 102층마저도 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천타워의 규모와 SLC가 가진 개발권 사이의 복잡한 함수관계가 정리되지 않는 한 송도국제도시의 핵심지역인 6ㆍ8공구 개발은 앞으로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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