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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스마트브랜치에 상주 직원 있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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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 이용해 고객이 직접 업무 가능하다더니..

- 금융실명제 때문에 직원 1~2명 반드시 상주해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강남 서초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 모씨. 갑자기 통장 계좌를 개설할 일이 생긴 박 씨는 출근길에 눈여겨봤던 한 시중은행의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점포에 들어서자 큰 터치스크린을 갖춘 기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규계좌 개설'을 누르자 모니터 옆에 놓인 신분증 스캐너 단말기에 신분증을 넣으라는 문구가 나온다. 신분증을 읽히고 나면 앞쪽에 앉아 있던 상주직원이 박 씨의 얼굴과 신분증을 대조한다. 박씨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인 점포라고 들었는데, 직원은 왜 있는 걸까?"
최근 은행권에서 스마트 브랜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한계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마트 브랜치란 스마트 기기ㆍATM 등을 통해 고객의 창구업무 시간을 단축하고 고객 스스로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지점이다. 단순한 업무는 고객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남는 은행인력은 전문 인력으로 쓰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무인 점포'를 표방한 스마트 브랜치에도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금융권에서 꼭 지켜야 하는 '금융실명제'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는 우리 나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융거래 당사자 실제 본인의 이름으로 하도록 1993년 도입한 제도다. 이에 따라 현 제도하에서는 금융기관을 방문하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공무원증 등으로 직원에게 본인임을 확인시켜야 한다. 아무리 '무인 점포'라도 실명 확인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지문인식 등의 생체정보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은행들은 스마트 브랜치 옆에 창구를 마련하고 최소한의 직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지난 20일 경희대학교 앞에 문을 연 신한은행의 스마트 브랜치에는 2명의 텔러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의 스마트 브랜치에도 실명 확인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다. 오는 8월 문을 열 KB국민은행의 스마트 브랜치에도 상주직원은 꼭 필요하다. 국민은행의 경우 단순 업무 뿐 아니라 전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주직원의 중요성은 더 크다.

젊은 층을 제외하고는 스마트 기기를 다룰 줄 모르는 고객이 많다는 점도 상주직원이 필요한 이유다. 만약 고객이 기기를 다룰 줄 모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입력할 경우에는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A시중은행 스마트 브랜치 담당 직원은 "금융실명제법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완전히 무인점포로 운영하기는 어렵다"며 "인력 활용을 위해 은행권이 수십억원을 들여 스마트 브랜치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 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서상 고객들이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면적당 점포망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ㆍ유럽 등은 필요에 의해 스마트 브랜치를 도입했고, 일본의 경우 자판기 문화가 발달해 있어 기계를 통해 금융거래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다.

한 지점관계자는 "고객들은 새로운 것 보다는 '늘 해오던 방식'을 편하게 여긴다"며 "특히 중장년층 고객은 스마트기기 사용을 알려드려도 '창구에서 해 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 영업점에서는 30분을 상담하면 금융거래 관련 이야기는 3분만, 나머지 27분은 수다를 떤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한국에서 스마트 브랜치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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