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지 조사 결과 한국인들의 밥그릇이 70년만에 3분의 1 크기로 작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요즘 나오는 밥그릇이 70년전 판매했던 밥그릇 용량(900cc)의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소식(小食)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외식도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면이 강해지고 있다. 서구적인 음식문화와 다이어트 열풍도 소식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동인이다.
'매콤새우 까수엘라', '빠띠따스 브라바스'…. 최근 회사원 김주현(여·33)씨는 다이어트 걱정없는 미각 탐방에 빠졌다. 그녀가 즐겨찾는 곳 중 하나는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있는 E식당. 스페인 음식 전문 비스트로(작고 아늑한 서양식 음식점)다. 까수엘라(올리브오일을 넣고 야채, 생선 따위를 끓인 요리), 구운 가지 요리, 빠띠따스 브라바스(매운 양념을 한 스페인식 감자튀김) 등이 이곳의 인기메뉴다.
김씨는 "접시당 1만원 내외로 비싼 편이지만 예전에 친구를 만날 때면 찾던 모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위에 부담없이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가격에 비해 양이 적지 않냐"고 묻자 그는 "여길 다녀갔던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별 부담은 없다. 살찔 걱정도 크게 없다"고 답했다.
특히 여자친구들이 이곳을 좋아한다. 김씨는 술을 즐기진 않지만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샹그리라(과일을 크게 섞어 와인과 섞은 알콜음료)를 곁들여 먹는다. 이 역시 4명이 한잔 정도를 마시면 바닥을 드러내지만 적당히 분위기를 돋우는 데에 전혀 이상이 없다.
회사원 박조현(31·남·가명)씨는 입맛이 짧은 여자친구를 위해 이곳을 즐겨 찾는다. 다른 캐주얼 양식당에선 음식을 몇 가지씩 시켜놓고 남길 때가 많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적은 음식 양 덕분에 예전처럼 여자친구가 먹다 남긴 음식을 자신이 먹는 경우가 없다. 대신 외식으로 채워지지 않은 배는 집에 들어가서 해결하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박씨는 "사내 술자리 회식 때도 음식을 잔뜩 남긴 채 일어서게 되거나 과식해서 배가 더부룩할 때도 있는데 그럴바에야 차라리 조금 적게 먹는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적은양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어내자'는 콘셉트는 양식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찰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중구 수하동의 G식당은 천연조미료와 콩고기를 사용한 음식을 제공한다. 정식코스 1인당 가격이 4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콩고기를 튀겨 만든 커틀릿과 연잎밥 등 코스 요리를 모두 먹어도 배가 거북하지 않다.
한 비스트로 지배인은 "음식을 즐기는 이유 중 포만감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선 부디 입안 전체와 느린 호흡을 사용해 풍부하면서 섬세한 맛을 음미해 달라"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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