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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미래, 에너지는 셀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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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수소 혁명>등의 저서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석학 중 하나다. 1994년부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워튼 스쿨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사회사상가, 미래학자, 문명비평가로도 불린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직함'은 '비저너리(visionary)'가 아닐까. 리프킨은 저술과 외부활동을 통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문명에 가져 올 변화를 끊임없이 탐색해왔다. 리프킨의 신작 '3차 산업혁명'은 석유시대의 종말 이후 일어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3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하고 경제, 사회, 교육의 미래를 제시한다.

 책 속에서 리프킨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 체계가 융합될 때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역사를 되짚어보자. 1차 산업혁명은 석탄과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삼았다. 대규모 철도 공사를 중심으로 거대 기업이 등장하면서 현대의 중앙집권형 기업 관료제가 탄생했고, 철도를 따라 전신 사업이 자리잡는다. 종이로 오가는 문서와 서류는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2차 산업혁명의 에너지원은 석유다. 전화와 라디오,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자동차와 석유, 전자 산업이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됐다.
그러나 이제 석유와 석탄이라는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존속할 수 있는 체제는 끝났다. 석유는 이미 고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원이 제한돼있는 상황에서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가의 경제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리프킨은 지금 지구가 '출발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화석연료의 시대와 결별하고 밑그림을 아예 새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이 결합해 '3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많은 면에서 지금껏 존속돼왔던 체제와 정반대다. 대형 에너지기업과 정부가 결탁해 에너지를 생산해왔던 방식은 무너진다. 그 대신 모든 건물이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가 된다. 에너지 소비자는 동시에 생산자로 자리잡는다. 또한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로 사용하고 남는 에너지를 서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리프킨이 예상하는 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에너지 체계가 바뀌었으니 산업의 모습도 달라진다. 리프킨의 주장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기존 에너지 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또한 스마트 기술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며 대량생산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를 꾸릴 필요가 없어진다. 인터넷이 거대한 '시장'으로 기능하는 만큼 작은 회사도 자신의 상품을 쉽게 내다 팔 수 있다.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협업 관계를 맺으면서 수직적 자본주의는 수평적 자본주의로 대체된다.
여기에 네트워크가 지구를 하나의 큰 '대륙'으로 연결하면서 각 국가의 지정학적 위상이 무너진다. 그 자리를 중앙집권적 하향식 구조가 아닌 분산 형태의 새로운 정치구조가 차지한다. 또한 지구 생태계에 대한 공동의 협력이 강조되면서 바다 속부터 성층권까지 생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공간, 즉 '생물권'이 우리의 사고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람들이 "생물권 내의 글로벌 시민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흥미롭다. 이미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며 공유에 기반한 경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 서비스 회사인 '집카(Zipcar)'는 집카가 빌려주는 차를 여러 회원들이 돌려 쓴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공짜로 사람을 재워 주는 '카우치 서핑'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소유 대상이었던 자동차와 집이 공유의 대상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리프킨은 이러한 공유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3차 산업혁명'은 낙관적이다. 리프킨이 제시하는 비전은 탄소 이후 시대(Post Carbon World)에 대한 희망을 준다. 실제로 가능하기만 하다면 유토피아에 가까운 미래상이다. 그러나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의 단초를 보여 주는 이상적 사례로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된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정책을 꼽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전(前) 스페인 총리 등 그의 정책적 제안에 화답한 정치 지도자들의 '이름 열거하기'도 화려하다. 그러나 유럽이 직면한 채무 위기에 대한 분석은 빠져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같은 재앙도 3차 산업혁명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저성장 시대에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 당연히 궁금해진다.

책 속에서는 가벼운 언급으로 그치는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가도 변화에 합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또한 크다. '2차 산업혁명'조차 제대로 이뤄보지 못한 못한 극빈국은 오히려 '3차 산업혁명'을 빨리 받아들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역시 구체적인 방법론은 나와 있지 않다. 책에 따르면 아프리카연합(AU)은 2008년 EU와 에너지 파트너십을 맺었다. EU는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3억 7600만 유로를 배정하고 앞으로 5억 8800만 유로를 더 할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리프킨은 "일부 회의주의자들이 이러한 프로젝트가 새로운 생태식민주의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단순한 회의주의자의 것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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