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워싱턴 현지시간) 폐막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시작과 끝은 'IMF의 재원확충' 문제였다. IMF는 유로존의 재정위기, 그에 따른 세계 경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재정적 방화벽(firewall)'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 개막 전 재원 확충 분위기 조성에 나선 건 일본이었다. 지난 17일(현지시간)일본은 60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노르딕 3개국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도 263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뒤이어 스위스와 폴란드도 34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19일 개막한 회의는 20일 오전까지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로존과 비(非) 유로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 사이 한국은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회의 개막 전날 라가르드 총재에게 재원 확충 참여 의사를 밝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밤 한국 스탭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박 장관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재무장관과 공조해 마음을 정하지 못한 호주와 영국을 설득했다.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양국 차관들과 수 차례 접촉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유로존도,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아닌 국가들의 재원 확충 참여 결정에 사우디아라비아(100억달러)는 부랴부랴 막차를 탔다. 이외에 멕시코 등 기타 국가들도 재원 확충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20은 회의 폐막과 함께 채택한 커뮤니케에서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지 않은 나라를 포함해 IMF가 4300억달러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돈은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IMF 회원국이 이용할 수 있는 재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재완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를 제 때 잠재우는 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도 절박한 문제였다"면서 "한국이 G20 체제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논의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점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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