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남...茶에 대해 道를 통달한 남자
-30년 해외서 연구 “녹차에 미쳤었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1986년에 차(茶) 공부하다고 멋모르고 스리랑카에 갔다가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바람에 장가도 못가보고 죽는 줄 알았어요. 중국 고산지대의 녹차 밭에서 침낭 하나 깔고 자다가 벌레에 물려 주먹만한 혹이 생기기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1년 365일 중 1/3 이상을 서울 집과 떨어진 제주도에서 살았죠."
티젠은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는 차 전문기업이다. 대용량 현미녹차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후 메밀차ㆍ탈카페인 보이차ㆍ가루녹차ㆍ홍차라떼 등을 출시하며 국내에서 차 대 중화에 앞장섰다. 현재 대형마트ㆍ편의점 등에서 티젠의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1983년 아모레G 중앙연구소에 입사한 이후 지난 30년간 대만, 스리랑카, 중국 등의 차 연구소에서 공부하며 국내에 차를 널리 전파했다. 그야말로 '차도남'(차(茶)에 대해서라면 도를 통달한 남자)인 셈이다.
김 대표 자신도 이토록 차에 중독될 줄은 몰랐다. 태평양에 입사해 처음 차를 접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차 맛이 마치 시래기 삶은 물처럼 느껴져서 몰래 뱉어내곤 했다"며 "그 떫고 맛없는 걸 왜 마시나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음미할수록 깊고 고운 맛이 나는 차에 점차 빠져들게 됐다. 특히 몸이 가뿐하고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어 지금은 하루에 30잔씩 마실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김 대표가 차 전도사가 된 것은 이 때부터다. 그는 "한국인 입맛은 볶거나 태운 구수한 맛과 향에 익숙해있다"며 "풋내나고 떫은 맛에는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는 격식있고 예의를 차려야하는 자리에서나 마셔야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도 한 몫한다"며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차를 개발하는 한편 개별포장 등으로 언제 어디 서든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기능성 차에 주목해 새로운 차를 개발ㆍ출시하고 있다. 다이어트에 좋은 마테차, 허브로 만든 커피대용차 허브카페믹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타타린 메밀차, 든든한 한 끼를 채워 주는 곡물라떼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홍차의 경우 20티백 한 상자에 3500원대다. 똑같은 수입산 홍차가 2만원대인 것에 비하면 1/8 수준에 불과하다.
"제 나이에 맞지 않게 피부가 맑고 어려보이지 않나요?" 김 대표는 "차를 많이 마신 덕분"이라고 껄껄 웃으며 "티젠이 국내를 넘어 250개국에 수출될 때까지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차(茶) 지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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