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2030세대 품기 新고용전략
이런 청춘 고난시대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자”고 역설하며 나선 사람이 있다. CJ그룹의 이재현(52) 회장이다. 고용 불안에서 나온 2030 세대의 문제를 안정된 일자리로 풀겠다는 의지다. 이 회장이 추구하는 고용 전략과 ‘아름다운 행보’에 관한 철학을 들여다봤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기업이 외면해선 안 된다. 특히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 실적이나 글로벌 가속화 등 사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 양극화 심화, 세대 간 갈등 등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CJ 관계자에 따르면 경제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계층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업이 지원을 하고 가난의 대물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오랜 생각이다.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의 수장으로서 2002년 CJ그룹 회장에 오른 지 올해로 11년째. 경영 철학 전체를 오롯이 관통하는 이 회장의 바람은 분명했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와 젊은이들에게 건네고자 하는 ‘희망’이었다.
계약직 600명 정규직 전환 통큰 결단
CJ E&M에서 투니버스 브랜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는 배성균(29)씨. 지난해 8월부터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해오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배씨는 “미술 전공자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올해 8월에 계약이 끝나면 다른 직장을 구해봐야 하나 걱정하던 차에 회사가 정규직으로 바꿔줘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희망의 기운을 건네받은 CJ 사람들 얘기다. 지난 연말 그의 ‘600명 정규직 전환’ 발표 이후 두 달 반 만인 지난 9일 현재, 비정규직 600여명 가운데 이들을 포함한 269명을 대상으로 1차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계열사별 전환 인력 현황을 보면 CJ텔레닉스(텔레마케터 72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CJ프레시웨이(계약직 영양사 58명), CJ E&M(방송 제작·마케팅 보조 인력 41명), CJ푸드빌(외식 브랜드 매장 관리 업무 인력 38명), CJ제일제당(업무 서포트 인력 35명) 순이다. 그밖에 서무 보조, 온라인 서비스 개발, 영업 지원, 품질 관리 등 다양한 부문에서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이 회장의 ‘큰 뜻’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계약직 직원의 채용 검증 기간을 6개월로 일괄 단축해 조기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이번에 계약직 근무 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는 경우라도 근무 기간이 6개월만 지났다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나머지 인력도 오는 8월까지는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인원의 계약직 근무 기간을 근속 기간에 포함시켜 혹시 있을 수 있는 인사상의 불이익도 없애주기로 했다.
CJ그룹 인사담당 이종기 상무는 “고용 불안을 조기에 해소시켜주자는 차원에서 계획보다 전환시점을 앞당겼다”며 “노력하는 젊은 층에 대한 상생 방안으로 마련한 정규직 전환 정책이 대상자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줘 개인과 회사에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경영자의 뜻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2011년도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의 역할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 이윤을 창출하고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을 넘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와 함께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 최근 CJ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한 뒤 “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사상 최대 7600명 신규채용
CJ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4400억원을 투자하고 사상 최대인 7600명을 채용한다. 지난해(1조6900억원, 대한통운 인수 제외)보다 투자는 44.4% 증가한 규모이며, 채용 역시 1000여명(15%)이 늘었다. 해외 진출과 방송 영상 같은 콘텐트 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일자리를 많이 늘리기로 한 것이다. CJ가 올해 뽑을 7600명은 삼성(2만6000명), LG(1만5000명)에 이어 30대 민간 그룹 중 다섯째 규모다. 재계 순위 2, 3위인 현대자동차(신규 채용 7500명), SK그룹(7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예상되지만, 진정성을 갖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이 회장의 고용 전략이다. 무엇보다 이번 채용에서는 계약직 없이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며 경력 사원보다 신입 직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경력직을 제외한 신입 직원은 5400명 채용 예정인데 지난해(계약직 포함 3918명)보다 38% 가량 확장한 수준이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고용의 ‘양’뿐 아니라 ‘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학력을 파괴하고 고졸 우수인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전체 신입 인력 가운데 절반(43.5%)에 가까운 2350명을 고졸 인력으로 뽑는 것. 평소 이 회장은 “CJ에 입사하는 데 스펙(학력·경력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정직·열정·창의, 끼와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CJ의 사업장인 영화관(CGV)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는 장기 근속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협력업체 택배기사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수립 중이다.
이재현 회장 “2020년 물류사업 매출 25조”
이 회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열정을 갖춘 우수 인재들을 확보해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라는 비전을 달성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를 비전 달성의 기반을 마련할 중요한 한해로 규정하고 사업의 고성장과 글로벌 확대를 이끈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MVNO(이동통신 재판매) 등 신규사업 확대 ▲대한통운 통합 작업 ▲E&M 콘텐츠 분야 강화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경영 가속화 등 공격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는 지난 한해 동안 글로벌 경기 악화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도 대한통운 인수 등을 통해 ▲식품 및 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신유통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라는 그룹 4대 사업 포트폴리오의 기반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CJ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7% 늘어난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그룹 매출 목표는 새로 편입된 대한통운의 매출을 포함해 총 27조7000억원이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그룹의 4대 포트폴리오 중 가장 중요한 부문인 물류사업을 강화,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 늘리고 해외 네트워크 역시 100개를 갖춰 ‘글로벌 톱5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 그랜드홀에서 그룹의 물류 사업 비전인 ‘글로벌 SCM 이노베이터’를 선포하고 2020년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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