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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기초과학 발전 3대 조건, 지원·열정·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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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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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관련 정책 수립이나 문제점 검토에서 매번 언급되는 것은 다름 아닌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이다. 그동안 기초과학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이윤을 바로 가져오지 못하는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에 상대적으로 집중했던 게 사실이며, 이로 인해 응용과학의 진보에 비해 이를 선도하는 원리나 이론의 발달이 그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불균형을 가져왔다.

기초과학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학문의 진리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분야이지만 결국 공학과 응용과학의 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기술시대를 여는 패러다임 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어느 때보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노벨상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처럼 기초과학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순환고리처럼 연결돼야 하는 세 가지 요건들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먼저 안정된 과학기술 정책과 시스템의 지원이다. 기초과학 연구의 성과는 바로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의 연구를 필요로 하거나 거대 자원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연구 효율을 앞세워 연구개발 분야를 시장이 선택하고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성공 보장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과학기술 정책보다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안정되고 지속하는 지원이 보장된 정책이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동기 부여를 지속시켜 놀라운 성과를 얻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이제 기초과학 분야에 꾸준히 투자 비율을 늘리고 있으며,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과 과학벨트 추진 등 기초과학 인프라와 지원 체계를 다양하게 갖춰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기초과학 분야의 성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과학자 자신의 열망이다. 과학자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자기의 연구 결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거나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소명의식을 지녀야 한다. 한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상 수상 순간이 기쁘긴 하지만 과학 발견을 이뤘을 때의 기쁨을 압도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연구 자체를 즐기며 묵묵히 소명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자가 지녀야 하는 자세이며,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노벨상과 같은 성과는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위대한 과학자들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위의 두 고리를 연결시키려면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지원 시스템을 움직이는 또 다른 고객과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기의 연구를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기초과학의 가치를 인정받고 연구의 당위성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국민과 지원 기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초과학을 알리는 데도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즉, 기초과학이 과학자들만의 학문이 돼서는 안 되며 모두가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는 학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과학자들이 원하는 연구 환경이 공감을 얻고 지원을 받아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과학자의 순수한 열망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안정된 정책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러한 지원 정책과 시스템을 갖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들을 갖추는 데 어떤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어야 순환 고리가 완성되듯이 함께 마련해야 진정한 기초과학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과학기술의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이 때, 기초과학 강국 도약을 위한 순환 고리를 완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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