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102세가 되신 할머님을 뵌 적이 있다.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인 100세를 뜻하는 상수(上壽)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시는 비결을 들었다. 90세가 넘어서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했고,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많이 먹고, 또 잠을 잘 주무셨다. 바로 여기에서 100세 시대의 국토를 위한 정책구상이 시작된다. 노인들이 젊었을 때 어떻게 생활했고, 또 현재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가 등을 보다 따뜻하고 관심 있게 헤아려 보면 우리 국토공간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80세 시대의 고령자는 경제적ㆍ사회적 부담 계층으로 돌봄의 대상이었으나 100세 시대의 고령계층은 사회구성원의 주류가 되므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50년에 이르면 5명 가운데 2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국토정책은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라 건강, 안전, 참여 그리고 쾌적한 환경 등을 위한 여건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
100세 시대를 대비해 바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 가운데 핵심적인 것을 이런 관점에서 분야별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도시분야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참여, 그리고 여가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도시주변의 숲 조성, 도시텃밭 만들기, 체육시설 확충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나대지, 휴경지, 그리고 그린벨트 등의 공간을 활용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린벨트 땅을 공공에서 임차해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이를 지원함으로써 국민에게 스포츠 참여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100세 사회에 매우 필요한 과업이다.
교통분야에서는 고령계층의 안전과 배려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장애 없는 시설의 확충과 보행환경 등 안전한 운전환경 조성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중교통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 환승 여건을 갖추는 것 역시 긴요하다.
100세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정책 발굴도 중요하지만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정책 등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제도정비와 고령계층의 연령대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례 제정과 예산 확보 등 장기목표를 설정해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100세 시대 국민의 건강은 안전하고 쾌적한 국토에서 시작되도록 국민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최영국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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