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4명에게 새 삶
지난 19일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오전 8시16분, 고(故) 이진용(74) 박사에게 최종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곧바로 그의 몸에서 신장과 각막이 떼어졌고 모두 4명의 환자가 새 삶을 살게 됐다. 지난 2일 운동 중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지 17일 만이다.
이 박사의 가족은 대대로 '의사 집안'이다. 이 박사는 국내 이비인후과 1호 의사인 부친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됐다. 고인의 뒤를 이어 차남인 이근호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까지 3대째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장기기증도 평소 고인의 뜻을 가슴에 새긴 이근호 교수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국내의 경우 전체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뇌사자 수는 2005년 100명 미만에서 지난해 268명으로 늘었을 뿐이다. 올해(11월 기준)는 뇌사자 333명이 꺼져가는 1342명에게 고귀한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이근호 교수는 "평소 아버님은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장기이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계 뿐만 아니라 온 사회에 생명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