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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309일 드라마 뭘 얻고 뭘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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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범죄자인가, 영웅인가'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을까. 김진숙 민주노총지도위원 얘기다

시작은 12월15일 한진중공업 측의 대대적 구조조정안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측은 당시 직원 960명 가운데 400명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몇년 사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6500명의 직원 상당수를 정리해고한 뒤라 회사는 뒤숭숭해졌고, 곧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긴박한 경영상 위기가 있었는지 사측과 노조의 의견은 팽팽하게 대립된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 직원들의 임금이 높은데도 3년간 수주실적은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같은 회사가 2007년 필리핀에 지은 수빅조선소와 비교됐다. 수빅조선소가 31척의 배를 수주하는 사이 영도조선소는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빅조선소 직원 월급은 30만원으로 영도조선소 직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노조는 영도조선소의 부실은 사측의 '기획된 위기'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 영업팀이 수빅조선서와 조선소 수주를 담당하고 있다. 수빅조선소에 대한 의도적인 일감 몰아주기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2007~2009년 3년 동안 14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0년 5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사업인수와 소송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결과였다.

파업돌입 이후 노사는 협상에 들어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진숙 위원이 등장한 건 이 때였다. 김진숙 위원은 올해 1월 6일 오전 6시 영도조선소 3도크 옆 높이 35m의 85호 크레인으로 기습적으로 올라갔다. 8년전 김주익 노조지회장이 129일을 농성하다 목을 매 숨졌던 곳이다. 하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사측은 부산지법에서 "김 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와야한다"는 결정문과 하루 100만원의 이행강제금 조치를 받아냈다. 2월엔 생산직 170명을 정리해고 하고 23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직장도 폐쇄했다.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던 한진중공업 사태의 국면을 전환한 건 사회단체들이었다. 일부 노동·사회단체들이 "김진숙 위원을 만나러 가는 '희망버스'를 타자"는 기획을 내놨다. 여기에 김여진 등 배우들까지 가세했다. 한번에 수천명씩 내려와 경찰과 충돌했다. 트위터상에 실시간으로 시위 현장이 중계됐다. 김진숙 위원은 농성 중 상추와 치커리, 딸기와 방울토마토 심고 트위터로 이를 알렸다. 일부 언론에서 희망버스의 폭력성을 부각시켰지만 오히려 사회적 눈을 끄는데 일조했을 뿐이었다.

덩달아 정치권도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에 불러들여 추궁했다. '동반성장' '공생발전'이 최대 정치이슈로 등장한 시점이었다. 의원들은 조 회장을 앞에두고 "정리해고를 할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냐"고 따졌다. 국회는 근로자 94명을 1년 이내에 재고용하고,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김진숙 위원이 크레인 농성을 중단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 회장은 국회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노사는 10월에 첫 만남을 가진 후 11월 9일 합의에 도달했다. 김진숙 위원도 이튿날 땅을 밟았다. 그는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본 게 너무 오랜만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했다. 2007년 말 수주잔량 기준으로 전세계 16위를 차지했던 영도조선소는 올해 7월 기준 124위로 내려앉았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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