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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병원>, 매력적인 설정 진부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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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병원> 1회 MBC 토 밤 12시 20분
<심야병원>의 인물들은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다. 허준(윤태영)은 아내를 죽였다는 세간의 의혹 때문에, 홍나경(류현경)은 약물사고의 전적 때문에 재능이 있어도 의사로 살 수 없다. 구동만(최정우)은 조직의 보스라서, 양창수(강하늘)는 한낱 칼받이에 지나지 않아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세상에 당당할 수 없는 이들이, 모두 잠든 밤에 문을 여는 심야병원에서야 비로소 의사가 누릴 보람이나 환자가 받아야 할 진료를 쟁취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손목을 베여 병원을 찾은 창수가 허준에게 바란 것이 공인된 의사로서의 자격이 아닌 것처럼, 나경에게 중요한 것은 조폭이라는 창수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그가 환자라는 사실이다. 궁지에 몰린 이들이 필요에 따라 서로 기댈 때, 심야병원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구겨진 인생을 펼 수 있는 위안의 공간이 된다. <심야병원>이 근래 MBC에서 보기 드문 단막 기획이라는 점은 이런 설정을 더 상징적으로 만든다. 주 1회 방영, 5쌍의 신인감독과 작가들의 옴니버스 드라마라는 기획은 여전히 장래가 불투명한 MBC 단막극의 가능성을 입증할 드문 기회다. 재기를 노리는 인물로부터 MBC 단막극이 꿈꾸는 희망을 겹쳐 읽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매력적인 설정과 과감한 도전에 비해 작위적이거나 뻔한 대목들은 자꾸 눈에 밟힌다. 윤태영의 벗은 육체는 아름답지만, 그것이 허준이 진범을 찾는답시고 하필 선수 풀도 좁은 이종격투기에 투신한 이유가 부족한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진 못 한다. ‘털털하고 낙천적인 여주인공’ 홍나경이나 “이제부터 이 환자는 내 환자입니다”와 같은 대사는 상투적이며, 병원 개업을 두고 구동만과 의견 충돌을 빚는 순간마다 때마침 나경이나 창수가 등장해 허준을 궁지로 모는 전개는 당위가 아닌 우연에 의존하며 극의 얼개를 성기게 한다. 작품의 무대나 메시지가 매력적인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도 완성도가 담보될 때 빛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심야병원>이 증명해야 하는 건 소재나 형식이 아닌 완성도 자체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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