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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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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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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스포츠 소재의 영화는 짜릿하다. 인생의 축소판 격인 경기에서 성공을 꿈꾸고 성장하며 좌절하고 결국 한 단계 자라나는 스포츠 선수들의 이야기에서 묘한 감정이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짜릿한 감동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는 철저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다. 최상의 식재료에는 그에 어울리는 최상의 조리법이 필요하다. 사람의 이야기가 사라진 스포츠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다이제스트보다도 못하다.

‘투혼’은 전형적인 스포츠 장르에 속해 있는 영화다. 주인공 윤도훈(김주혁 분)은 과거 엄청난 영광의 순간을 경험한 최고의 야구 투수였지만, 이제는 한물간 구닥다리 신세. 오만 방자한 성격으로 집과 팀 그 어느 곳에서도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려 하지 않는다. 다분히 진부하고 일반적인 스포츠 장르 ‘클리셰’로 시작하는 ‘투혼’은 중반 이후 윤도훈의 억센 아내 오유란(김선아 분)이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는 상황을 끌어오며 본격적인 휴먼 드라마로 나아갈 채비를 끝낸다. 미운 일곱 살 철부지 행동을 거듭하는 도훈의 좌충우돌기에서 웃음을 선사하던 ‘투혼’은 이후 뒤늦게 올바로 된 아빠와 남편·야구 선수가 되려는 도훈의 마지막 ‘투혼’에 방점을 찍는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 주로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서 재능을 보여온 김상진 감독은 ‘투혼’을 그의 과거 필모그래피와는 궤를 달리 하는 작품으로 완성했다. 스포츠 소재의 영화에서 스포츠가 아닌, 가족애와 사랑에 방점을 찍은 것. 전작들에서 특정 상황 안에서 단발성 웃음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면 ‘투혼’은 극 중 인물들과 드라마의 감정선의 변화의 과정에 주목한다. 어느 정도는 효과적이다. 웃음은 경기 장면들이 담당하는 반면, 개과천선한 도훈과 곧 가족을 떠나야만 하는 유란의 과거와 현재 에피소드들은 기본 이상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투혼’에서는 일반적인 내러티브 전개와 결말 등 단점도 제법 많이 발견된다. 이야기는 백이면 백 모두 예상한 대로 흘러가며, 극 중 스포츠와 드라마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다. 완벽하게 ‘신파’ 낙인이 찍힐 운명이던 ‘투혼’을 살려낸 것은 노련한 두 주연 배우들이다. 김주혁은 ‘투혼’에서 기존 자신이 가진 이미지의 종합판 격인 윤도훈 역을 눈부시게 연기했다. 그는 찌질함과 사려 깊음 혹은 뻔뻔함과 지고 지순함을 동시에 품은 도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체화했다. 물론 이는 그의 상대인 유란 역의 김선아가 능수능란하게 ‘서포트’한 결과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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