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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고객의 마음을 '비행기 태우는'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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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비행" 편견 깬 공학도 CEO
'흑자'를 탑승시킨 비밀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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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저비용항공사 출범 초창기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앞으로는 경쟁사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안전 운항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시성 확보 등 신뢰를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달 13일 김포공항 인근 한적한 장소에서 만난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은 여유 넘치는 미소가 여전했다. 아니, 한결 더 신이 난 얼굴이었다.

상반기 실적 공개를 하루 앞둔 날의 최고경영자(CEO) 표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은 법이다. 이튿날 제주항공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취임 2년이 안 된 시점에서 제주항공의 적자 구멍을 흑자로 메운 비결을 김 사장에게 직접 들었다.
◆공학도 CEO의 경영 성적표는 'A+'
김 사장은 공학 박사다. 근래 국내 석유화학계를 리드하는 다수의 CEO와 동문인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프린스턴대에서는 유체역학을 전공해 석ㆍ박사 학위를 딴 정통 공학도인 그가 항공사 CEO가 되면서 의아한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장 취임 전 제주항공 사외이사를 역임했다곤 하지만 CEO 입장에서 2010년 1월 첫 대면한 제주항공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그야말로 '문제아'였다.

그로부터 1년 하고 절반이 지났다. 첫 해 김 사장은 모든 언론과의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대답은 솔직했다. "아는 게 없어서 공부를 먼저 하고 전략과 목표를 짠 뒤에 할 말이 있을 때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것.

공학도에서 경영자로 변신은 짧은 시간에 대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흑자 행진이 김 사장을 즐겁게 하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액 2114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2500여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지난해 3ㆍ4분기 흑자로 돌아선 이후 매분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1~6월 매출 1090억원, 경상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 664억원, 경상이익 -105억원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공학도 출신의 항공사 첫 CEO라는 배경을 둘러싼 시각에 대해 그는 "첨단과학 기술의 결집체이기도 한 항공기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팩트(사실)에 근거한 의사 결정과 태블릿PC를 활용한 빠른 결재, 화상 회의 등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을 추구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아니겠냐"고 웃어 보였다.

경영컨설팅 20년 경력
적자회사를 불신의 벽 넘어 A+로 바꿨다
이제 그의 바람은 수익도 선행도 신나는 회사 만들기


◆경영 전략가 CEO가 보는 항공업
공학 박사 김 사장은 경영 전략가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미국 뉴욕에서 제지 회사에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 경영에 매력을 느낀 그는 뉴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하나 더 땄다.

그리고선 1992년 맥킨지와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경영 컨설팅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과 휴스톤 사무소를 오가며 쌓은 경영 전략가로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2000년부터는 경영 컨설팅 전문 회사 이언그룹을 꾸려 대표이사를 맡고 LG그룹과 일을 해 왔다.

20여년을 경영 전략가로 살아 온 김 사장. 지난 세월의 10분의 1에 불과한 지난 2년여 동안 김 사장이 빠르게 간파한 항공업에서 성공의 키는 '안전'이었다. 그는 "항공 산업의 핵심은 안전"이라며 "특히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상당 부분의 비용을 안전 운항을 위한 설비와 교육 훈련 분야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정 비용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분석하면서 "백화점과 대형 할인 매장의 마케팅이 같은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고 덧붙였다.

마케팅은 물론 항공기 운용 등 모든 면에서 기존 항공사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새로운 활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그가 분석한 제주항공의 기본 사업 모델은 고정 비용의 효율적 분산을 통해 낮은 가격에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현재 6~7대의 기단 규모로는 안전 운항에 필요한 막대한 설비 투자와 교육비를 분산하는데 한계가 있어 향후 25~30대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바람 나는 일터 만드는 CEO
김 사장이 온 이후로 제주항공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조직의 근간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보니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소통과 스킨십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김 사장은 "타 항공사 반발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받고 있지만 경력직을 모집하면 지원자가 많은 편"이라며 "함께 일을 할 맛이 나는 일터라는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자부심이 대단한 이른바 '프로'들이 그 만의 리그가 아닌 제주항공이라는 조직 자체에 융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날도 김 사장은 아침 6시30분에 공항으로 출근해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항공기 내부를 구석구석 청소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청소)을 담당하는 소외된 직원의 심정을 몸소 느끼기 위해서다. CEO가 몸을 낮추고 먼저 손을 내밀면 조직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제주항공 임원들은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뒷열에 앉도록 한다"며 "앞이 아닌 뒤에서 바라봐야 부족한 점을 비롯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회사에는 팀원끼리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자사 국제선을 이용해 가까운 해외에서 주말 워크숍을 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에는 네 차례에 걸쳐 운항 승무원(조종사)들과 '좋은 팀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필리핀 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지원과 제주 보육원 영어 수업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아이디어로 탄생한 작품이다.

김 사장은 끝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처럼 구성원 스스로 신바람 나서 일하고 싶은, 본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역할"이라고 전했다.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프로필

출생
1958 충남 아산

학력
1980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학사
1982 프린스턴대학교 화학공학과 석사
1986 프린스턴대학교 화학공학과 박사(전공 : 유체역학)
1992 뉴욕대학교 경영학 석사(전공 : 금융 & 국제 비즈니스)

경력
1987~1992 인터내셔널 페이퍼 컴퍼니, 법인 리서치 센터(뉴욕)
1992~1995 맥킨지 서울사무소
1995~1996 맥킨지 휴스톤사무소
1997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대우교수
1999~2000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
2000~2009 이언그룹 대표이사
2010~現 제주항공 대표이사



대담=아시아경제신문 김영무 산업부장 겸 부국장
정리=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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