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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제작진들은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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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제작진들은 반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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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최근의 오디션 열풍처럼 러브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적이 있지요.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필두로 KBS <좋은 사람 소개 시켜줘>까지,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유행은 어느 결에 사라졌고, 근래에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보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올 초 방영된 SBS 스페셜 <짝>도 파일럿 개념으로 제작되었다가 여자 출연자들의 출중한 외모가 화제가 되는 등 꽤 좋은 반응을 얻은 덕에 정규 편성되었는데요. 그런데 왜일까요? 파일럿 때보다는 기대 이하의 반응입니다. 이에 제작진도 당황스러웠는지 좀 더 공격적인 진행을 펼치더군요. 일단 여자 출연자에 비해 덜 눈길을 끌었던 남자 출연자들의 이른바 ‘스펙’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 “짝이 없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남자들이 오고 있다”라는 오프닝 내레이션은 마치 선전포고와도 같았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다 이렇게 만납니까


잘난 부모를 내세우는 남자들이나 남자의 연봉이나 직업, 차에만 관심을 가지는 여자 출연자들의 모습에 씁쓸했습니다.

잘난 부모를 내세우는 남자들이나 남자의 연봉이나 직업, 차에만 관심을 가지는 여자 출연자들의 모습에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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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필수, 재력과 학력을 두루 갖춘 남자들의 대거 투입이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뭐 다 좋아요. 솔직히 외모를 비롯한 기본 조건을 무시할 수 있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들 생각은 하겠지만 첫 대면에서야 속내를 알 길이 없으니까요. 제가 아연했던 건 ‘교수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사이에서 잘 자란 남자 2호’, ‘제과회사 대표 아들 남자 4호’, ‘도곡동에서 온 부잣집 아들 남자 6호’, 이런 식으로 잘난 부모를 내세우더라는 거예요. 동서고금을 통틀어 본인보다 부모를 앞세우는 남자치고 괜찮은 인물이 없는 법이거든요. 이건 맞선 볼 때의 상식이기도 하죠. 부모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얘기가 시작되면 먼저 거부감부터 들기 마련 아닌가요? 저는 그렇던데요. 어쨌거나 <짝>의 남자 출연자 몇몇도 제작진의 편집 탓에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처럼 데미지를 입고 말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게시판에도 기사에도 ‘제과회사 대표 아들’, ‘출판사 대표 아들’이라는 타이틀로 회자가 되고 있더군요. 아마 한동안 그 이름표는 떼기 어렵지 싶어요.
게다가 비호감 발언들은 왜 그리 넘쳐나던 지요. 요즘 추세가 다 그런 건지 첫 만남부터 대놓고 연봉을 물어보는 장면도 기막히고, “차 없는 남자는 진짜 싫어. 그냥 뭐라도 끌고 나와야 해”라는 여자출연자들, 전화로 “혹시 직업은 뭐야? 의사 뭐 그런 사람 나왔어?”라고 묻는 여자 출연자의 모친하며 “제가 괜찮다고 한 여자가 저에게 별로라고 한 적이 거의 없어요”라는 자아도취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남자 출연자까지, 시청자 입장에서 고운 눈길을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나 많았죠. 결국 몇몇은 짝을 이뤘고 몇몇은 짝을 찾지 못하고 애정촌을 떠났지만 내레이션대로 그들의 사랑이 오랜 시간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왜냐고요? 뭐랄까, 솔직함을 강조하긴 했으나 뭔가 헛다리 긁고 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차라리 어린 아이들의 만남이 훨씬 진짜 같았습니다


<레인보우> 꼬마들의 ‘짝꿍 만들기’는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짝>보다 현실적인 데다가 합리적이기까지 하더군요.

<레인보우> 꼬마들의 ‘짝꿍 만들기’는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짝>보다 현실적인 데다가 합리적이기까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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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한창 인기 몰이 중인 또 다른 러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바로 예닐곱 살 꼬마 여섯이 만들어가는 tvN <레인보우>입니다. 이 꼬마들의 이야기 전반에 걸쳐 흐르는 ‘짝꿍 만들기’는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짝>보다 현실적인 데다가 합리적이기까지 하더군요. 사실 처음엔 어린 아이들에게 지나친 상처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실제로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노상 벌어지는 일이지 싶더군요. 어리던 나이가 많던, 남녀가 공존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일 테니까요. 따라서 한 여자를 둘러 싼 세 남자의 경쟁이라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반목은 <짝>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제가 감탄했던 건 일단 짝꿍이 정해지고 나면 한 커플 당 선물을 한 개만 골라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는 거였어요. 아이들에게 갖고 싶은 장난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아시죠? 짝꿍이 되기 위해선 양보와 타협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거죠. 그리고 또 짝꿍이 되고 나면 하나로 이어진 커플장갑을 끼고 생활해야 한다는 제약을 두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장갑을 빼버린 가브리엘이라는 남자 아이, 그리고 그런 가브리엘의 행동이 짝꿍이길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인 여자 아이 크리스티나는 서운함을 호소하며 울음을 터트렸죠. 그 뒤를 잇는 가브리엘의 하소연이 흥미롭더라고요. “나 착한 여자 만나고 싶다” 난데없이 연못 가운데에 여자 출연자의 소지품을 놓아두고는 용기가 있다면 차디찬 물속으로 뛰어들라고 요구했던 <짝>의 황당무계한 미션과 너무나 비교가 되지 않습니까?

누군가와 짝을 이뤄 지내려면 어쩔 수 없는 구속이 따른다는 사실을, ‘짝꿍=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레인보우>는 청춘 남녀들의 맞선 프로그램 <짝>은 물론 연예인 웨딩 버라이어티 MBC <우리 결혼했어요>보다 훨씬 솔직하고 현실적입니다. <짝> 제작진 여러분, <레인보우>의 어린아이들이 시청자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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