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방청하고 소감문 써 오세요. 청소년 참여법정 참여인단으로도 계속 활동하셔야 됩니다. 피해자들 생각하면서 사과편지도 쓰시고요…"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참고해도 좋을 만한 과제들을 법대 위에서 내린 사람은 의정부지법 소년부 김용태(37) 판사다. 아직 어린 A군 등에게 시급한 건 엄격한 법의 잣대가 아닌 '배려'와 '관심'의 손길이라고 판단한 김 판사는 사건이 접수된 뒤 재판을 청소년 참여법정 형태로 진행키로 했다. 김 판사는 A군 등이 별다른 비행 전력이 없는 점, 재판에 회부된 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청소년 참여법정을 택했다.
김 판사가 이날 법정에서 부여한 과제는 ▲일기장(사과편지ㆍ독후감) 작성하기 ▲청소년 참여법정 참여인단에 참여하기 ▲형사법정 방청 뒤 소감문 쓰기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만들기 위한 소감문 쓰기 ▲가족관계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비행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등 모두 여섯 개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를 당사자가 직접 깨닫고 그 잘못이 얼마나 큰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지를 느끼게 하려는 게 이 과제의 초점이다. 중ㆍ고교 졸업식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중ㆍ고교생들이 대안을 직접 찾아보게 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김 판사는 "가해 학생들이 잘못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준법의식을 갖도록 함과 동시에 경각심을 느끼게 하는 게 과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졸업식 문화를 잘 아는 학생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직접 문제를 진단하면 스스로 바람직한 졸업식 문화를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어린 청소년들인 만큼 처벌보다는 교육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는 게 청소년 참여법정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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