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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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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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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지 기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권세훈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1000원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억력은 급격하게 퇴화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의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 교수 생각은 다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의 몇몇 기능이 나빠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기능들은 그때서야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사람들은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억력 훈련부터 비타민 복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것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고 그 근거가 되는 전제조건들은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 책의 저자는 '노인들의 기억력은 정말 나빠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를 뿐인지 문제를 던진다. 권태 그라스는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를 70대 후반이었다. 이 책이 출판되지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기억은 더욱 뚜렷해진다"고 말한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망각의 역현상 효과'라 일컫는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다는 것은 망각의 제1 명제, 즉 오래된 일일수록 그것을 기억할 확률은 더 낮아진다는 것과 배치된다. '망각의 역현상'은 기억력이 감퇴하는 나이에 뚜렷이 나타난다. 그것은 인식과 측정이 가능한 기억의 과정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새로운 어떤 것임을 의미한다.

1962년 시카고의 정신과의사 대니얼 오퍼는 일단의 청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심리적 발달을 알아보기 위한 장기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13세 소년 73명을 인터뷰했고, 35년 후인 1997년 이 집단을 다시 찾아 그중 70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의 일부는 1962년과 똑같은 질문으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 , 견해와 확신이 나이가 들면서 심하게 변했다.

이 연구의 결과를 놓고 진실과 신뢰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흑백텔레비전이 가득 차 있다. 48살 때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13살 때와 다른 것은 현재의 추억이나 과거의 추억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것을 오히려 사람과 사건에 대한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기억의 불확실함, 망각에 대한 불안,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이른바 망각의 역현상 효과처럼 노년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젊은 시절의 추억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시간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듯이 기억력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은 시간인 것이다.



이은지 기자 ghdps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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