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두산 내야수 오재원은 순간 기억상실에 빠졌다. 그는 롯데와 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기 막힌 호수비로 팀을 구해냈다. 하지만 정작 기억하는 장면은 절반에 불과하다. 경기에 신경세포를 모두 집중시킨 까닭이다.
오재원은 기억한다. 1-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4회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타자는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조성환. 매섭게 휘두른 방망이에 여느 때처럼 총알 같은 타구가 뿜어져 나왔다. 공은 중견수 방향으로 빠지며 안타로 연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표면은 외야 잔디에 닿지 못했다. 재빠르게 몸을 던진 오재원의 글러브 때문이었다.
오재원이 기억을 되찾은 건 바닥을 향해 오른손을 쭉 뻗는 2루심의 제스처가 눈에 비춰졌을 때부터였다. 그는 기쁨에 바로 주먹을 쥐고 소리를 질렀다. 4일 오재원은 팀 훈련을 마친 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캐치 이후를 빼면 기억은 온전했다. 그는 호수비 덕에 자신의 이름이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재원은 웃으며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라며 겸손을 떨었다. 이에 대화를 지켜보던 김민호 수비코치는 자리를 뜨며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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