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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노숙자 좀도둑의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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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입양갔다 양부모 사망해 미국적 취득 못해...강제 귀국조치된 후 오갈데 없어 범죄 저질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입양을 간 미국도, 돌아 온 한국에서도 버림받은 20대 입양아의 사연이 인천공항 주변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최근 인천공항에 노숙하며 유니세프 모금함과 식당 종업원 등의 지갑을 상습적으로 턴 김 모(22)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8월 24일 미국에서 입국한 후 일정한 연고 없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을 배회해왔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자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4층에 위치한 유니세프 모금함을 5차례 털었고, 식당가 종업원들의 지갑도 훔쳤다.

김 씨는 주로 사람의 왕래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가중처벌이 되는 야간주거침입 및 절도 죄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해 28일 오후 법원에서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야간주거침입 절도죄는 최고 10년형의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무거운 범죄다.
김 씨가 노숙자가 돼 공항을 떠돌다가 결국 무거운 죄를 진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김 씨는 1988년 인천 서구에서 태어나 10살이 되던 1998년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 였다.

아버지가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후 자식들을 방치하자 조부모의 돌봄을 받았지만, 조부모마저 연로하자 동네 사람들의 주선으로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된 것이다.

마침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이웃 동네 주민에게 입양돼 한때나마 행복한 미국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양된지 2년 만에 양부모가 한꺼번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결국 김 씨는 온전히 미국 국적을 얻지도 못한 채 미국의 사회복지제도의 일종인 '그룹 홈'에 들어가 생활하게 됐다.

그후 만 18세가 되자 독립해 한때 직장을 다니고 여자 친구와 살림도 차리는 등 성실하게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의 평온한 생활은 곧 깨지고 말았다. 우연히 개입된 폭력 사태에 휘말려 상해죄로 구속돼 2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가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 사법 당국은 김 씨가 영주권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교도소에서 나온 김 씨를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 귀국시켜 버렸다.

옷가지 하나 챙기지 못하고 돈도 챙겨 오지 못한 채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씨는 오갈 데가 없어져 노숙을 하게 됐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다 떨어지자 문이 안 잠겨져 있는 식당을 털어 다음날 한 끼를 때우는 신세가 됐다.

한국에서 버림받아 미국으로 입양갔던 김 씨는 미국에서 추방당해 한국으로 돌아 온 뒤 또 다시 사회적으로 버림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인천공항경찰대도 김씨로부터 사연을 들은 뒤 저지른 죄에 대한 단죄와는 별도로 수형 생활 동안 후원해 줄 사회복지법인을 물색하는 등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인천공항경찰대 관계자는 "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김씨가 처한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누군가는 김씨를 도와주어야 나중에 출소하더라도 한국사회에 적응해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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