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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예능체험기②]장장 6시간 녹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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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
◆09:30 PM=
출연자가 많은 까닭에 자리에 앉고 마이크를 채우는 데도 오래 걸려 녹화는 예상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MC들이 "용, 구라, 환이에요"를 외치면서 본격적인 출연자 소개가 이어졌다. 앞에서는 작가들이 "기자님들! 리액션 크게~"라고 쓰인 스케치북을 계속 들고 있었다.
◆11:30 PM=연예인들이야 시청자들이 다 아는 얼굴이니 그렇다 치지만 연예부 기자들은 얼굴을 아는 이가 없으니 한 명 한 명 소개를 해야 했다. 그러니 소개만으로도 1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예상보다 녹화가 너무 늘어지자 작가들은 MC를 향해 "소개 빨리요~"라고 알렸다. 그래도 길어지자 "빨리" 옆에 "X10000"을 붙이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드디어 기자의 소개 차례가 돌아왔다. 기자의 콘셉트는 '트리플 a형 기자'(소심한 혈액형으로 알려진 A형 중에서도 더 소심한 성격을 빗댄 의미)였다. 속으로는 '작가들과 인터뷰할 때 콘셉트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지만 갑자기 닥친 순서에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어 미리 정해놓은 콘셉트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도 기자는 악역만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 기자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기자들도 착한 사람 많은데…" 미리 상의한 멘트를 마치고 나니 왠지 섭섭한 느낌. 아무리 자기소개 순서가 늘어져도 내가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친분이 있던 가수 바다에게 멘트를 던졌다.

"그래도 바다 씨는 제 스타일이 좋다고 하던데…." 그러자 예능에 일가견이 있는 바다가 역시 멘트를 받아줬다. "아, 기자님하고 친분이 좀 있어서 아는데요. 저 기자분 처음 봤을 때 저는 귀여운(?) 표정이 너무 좋았거든요." 바다의 멘트에 용기를 낸 기자는 내친 김에 "요즘은 김구라씨를 닮았다는 얘기도 듣고 있어서 결혼은 포기했어요." 이렇게 '자학'개그를 하자 김구라도 한마디 했다. "그건 저도 별로 기분 안 좋은 이야기인데요."(웃음)
◆4일 00:30 AM=소개가 끝나자 벌써 자정을 넘기고 말았다. 기자들은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지만 연예인들은 늘 해오던 일이라 그런지 아직 활기찼다.

그러나 본격적인 '토크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일명 '심경고백, 나 이 기사 때문에 화병 났다". 출연 연예인들이 기자들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기자들도 나름 대처를 하지만 조금은 연예인들에게 밀리는 느낌. 작가들은 "기자님들, 마구 말해주세요"라고 전했다.

기자도 연예인들의 멘트를 받아쳐보려고 하지만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가 않았다. 순간 재미있는 멘트가 떠올라도 머뭇거리는 사이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기회를 잡아도 '날고 기는' 연예인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빵' 터지는 웃음에 그저 기자는 박수를 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예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02:30 AM=숨막히는 '토크 전쟁'이 계속 되며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었다. 조명 때문에 스튜디오가 뜨거워지자 한 기자가 큐카드를 들고 부채질을 시작했다.

작가들은 '화들짝' 놀라 곧바로 스케치북을 들었다. "기자님, 부채질 하지 마세요." 하지만 스케치북을 확인하지 못한 이 기자는 계속 부채질을 했고 급기야 FD가 무대 뒤편까지 뛰어올라와 스케치북을 들었고 그제야 부채질을 멈췄다.

"5분간 쉬었다 하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오자마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어휴~. 힘들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제작진이 마련한 비타민 드링크와 간식거리를 나눠줬지만 장시간에 걸친 녹화 탓에 이제 연예인들도 기진맥진이었다. "한 시간만 더하면 될 것 같으니 힘냅시다." MC들이 출연진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03:30 AM=기자들이 연예인들의 몇 가지 퍼포먼스에 대해 즉석에서 헤드라인을 정하는 코너가 끝나면서 녹화는 마무리 됐다. 연예인과 기자들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 인사를 하며 장장 6시간에 걸친 녹화를 마무리했다.

이 시간만큼은 연예인이나 기자나 작가나 모두 고생한 동료들이나 다름없었다. 모두 악수를 하고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후 의상을 반납하고 나니 제작진이 "뒤풀이가 마련됐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기자들은 "도저히 안 되겠다"며 모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예인과 연예부 기자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SBS '용구라환의 빅매치'는 오는 14일 오후 11시에 전파를 탄다.



고재완 기자 star@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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