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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이집트에서 길 건널땐 뛰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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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는 교통이 혼잡한 도시다. 특히 번화가의 러시아워 시간대는 교통지옥이 따로 없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신호등도 없이 경찰의 수신호에 따라 자체적인 신 호를 따르고 잘 닦여있지 않은 보도와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또한 차선이 분명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접촉사고가 나더라도 이집트인들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현지인 친구가 나에게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건의할만한 사항이 있다면 두 말할 것 없이 "이집트의 교통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할 정도다.
실제로 나는 이집트에 입국한 첫날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반대편 차로에서 타이어가 굴러와 내가 타고 있던 차에 부딪힌 적이 있다. 그러나 운전자는 차 상태를 한번 살펴보더니 다시 차에 타고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찌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당황해하는 우리에게 ‘Welcome to Egypt’라는 한 마디를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상황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집트에서 생활을 해보니 이게 이집트에서 는 당연시되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됐다.

이처럼 차끼리 접촉사고가 날 때에도 서로 조심하라는 한 마디만 하고 갈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카이로의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인도가 뚝 끊겨져 차도 로 걸어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길을 건널 때에는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에 정말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하게 길을 건너야 한다.
이집트에서 길을 건널 때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에 하나의 암묵적인 룰(rule)이 있는데 이는 바로 보행자가 차를 피하려 뛰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충분히 차를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해 차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보행자가 적당히 속도를 맞추어 건너며 운전자에게 오지 말라는 수신호를 하면 운전자는 보통 속도를 늦춘다. 오죽하면 이집트에 유학 오거나 여행을 왔을 때에 알게 되는 중요한 정보 중 하나가 '길을 건널 때는 뛰지 말라'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고급택시로 불리워지는 노란택시(옐로우캡).

이집트에서 가장 고급택시로 불리워지는 노란택시(옐로우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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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집트의 택시는 이 중에서도 예외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집트의 택시 기사들은 열이면 아홉 운전을 거칠게 하기로 유명하다. 과속은 물론이고 차선이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차선, 저 차선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닌다. 마치 인터넷 자동차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집트의 택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는 옐로우 캡, 흰 택시, 일반 택시로 나뉜다. 옐로우 캡은 말 그대로 노란 택시로, 미터기로 운행하는 택시이며 기본요금은 3.5파운드(원화 750원)로 시작한다. 이집트 내의 가장 고급택시인 셈이다.

흰 택시는 올해부터 운행하기 시작했으며 이집트 정부의 정책아래 낡은 택시를 새로운 흰 택시로 교체해 생긴 새로운 택시이다. 흰 택시의 기본요금은 2.5파운드(원화 550원)로 이 또한 미터기로 운행한다. 사실 앞서 설명한 이 두 택시를 탈 때에는 택시기사와의 언쟁이 필요치 않다. 미터기로 운행되기 때문에 탑승자는 그에 맞는 돈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은 택시의 경우 택시를 타기 전 택시비를 흥정하고 타는 것이 나중에 편하다. 특히 이집트 택시기사들에게는 그들만의 '외국인 가격'이 존재한다. '외국인 가 격'이란 현지인과 외국인을 차별해 요금을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2배, 심하면 3배까지도 높여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랍어 몇마디를 구사하거나 관광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면 가격이 낮아진다. 또는 택시기사가 터무니없는 요금을 요구할 때 가격 흥정을 시도했음에도 흥정 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택시를 타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오케이'사인이 떨어진다. 이집트의 택시는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만약 흥정을 하고 타지 않고 내릴 때에 돈을 주고 내릴 경우 대부분의 기사들은 너무 적다고 불평을 한다. 아예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배째라'식의 기사도 있고 심한 경 우에는 차를 돌리며 침을 뱉고 가거나, 차에서 내려 따라오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지인 중 한 명은 택시기사가 택시에서 내려 칼을 들고 쫓아왔다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었다.

'외국인 가격'이 존재해 흥정이 필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검은택시.

'외국인 가격'이 존재해 흥정이 필요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검은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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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택시기사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얼마를 원합니까(안타 아이자 캄?)', '왼쪽(쉬말)', '오른쪽(야민)', '직진(알라 뚤)' 등과 같은 간단한 아랍어 등을 익혀두는 것도 좋다.

물론 이집트의 택시기사라고 해서 악덕기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절한 택시기사들의 경우 외국인이라고 해서 외국인가격을 책정하지도 않으며 무례한 행동을 하지 도 않는다. 또 택시에 탔을 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궁금해 하며 한국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이집트에 온 목적, 어떤 때에는 남북한의 분단 현실에 대해 심도 깊 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지루하지 않게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는 셈이다. 또 라마단과 같은 큰 명절에는 택시에 탄 손님에게 자신들의 음식을 나누어주는 따뜻함도 찾아볼 수 있다.

글= 최소연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 최소연 씨는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에 재학 중으로 현재 코트라 카이로 KBC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여러 종교학과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세계적인 중동 전 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당찬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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