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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직칼럼] 扶危定傾과 激濁揚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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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정경과 격탕양청

2009년을 보내며 올 한해 우리 경제를 뒤돌아보면 감회가 각별하다. 21세기 뉴 밀레니엄의 첫 10년째인 올해 초엔 암울한 경기가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경제침체의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금융위기 발발 직후 원ㆍ달러 환율이 수직 상승하고 은행들이 단기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1년 전 환란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화급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았다. 서둘러 외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 돈을 찍어 시장에 풀어 겨우 고삐를 잡으면서 근원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대한 논의가 점화됐다.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은 계속 확대하되 내수 비중을 끌어 올리며 과도한 규제와 행정 절차는 시급히 개선해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경제의 핏줄인 금융의 부실을 털고 허약함을 보강해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도 대두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도 화두를 '부위정경(扶危定傾ㆍ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우다)'으로 잡고 경제위기를 극복해 기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아직 근원적 처방에는 거리가 있지만 곳곳에서 호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 한해를 '격탁양청(激濁揚淸ㆍ탁한 것이 나가고 맑은 기운이 들어온다)' 한 마디로 정리한 것만 봐도 불안감은 어느 정도 걷힌 듯하다. 실질적인 지표도 상당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초 싸늘했던 주식시장도 활기를 찾았고 환율은 등락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나 1150~1170원에서 안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와 완만한 수출 회복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 활동도 활기를 띄어 제조업 생산은 7월을 고비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기업경기실사지수(BIS)도 기준치인 100에는 밑돌고 있으나 4월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수출도 늘고 부도업체도 격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용시장은 아직도 해빙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일부 호전됐다는 통계는 '잡쉐어링'과 청년 인턴 등 일시적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근로조건만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 가계부채발 경제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어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 소득은 줄고 빚만 드는 양상이다. 어지간하면 마지막까지 줄이지 않는다는 교육비 지출이 1998년 4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해 팍팍한 가계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확대로 집값 상승세가 멎고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었지만 부동산 거품은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있다. 특히 가장 우려할 것은 감세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에 의한 재정건전성 문제로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 채무가 40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돼 국가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경제는 올 한해 냉탕과 온탕을 오갔지만 그래도 상당히 호전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도 4%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내 경제연구기관 대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가 내년엔 위기상황을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더블딥 가능성이 채 해소되지 않았고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료는 또 내년 역점 경제정책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금융시장 안정,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대책, 출구전략 시행 대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채 가시지 않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적절한 시점이 관건이다. 새해엔 불확실성이 걷히고 환한 빛으로 다가오길 기대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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