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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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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예담 펴냄/1만2800원

[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소설가 박민규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계보를 잇는 신작소설을 펴냈다. '삼미'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을 여자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책은 벨라사케스의 그림 속 왕녀 곁에 선 시녀들의 모습처럼, 절대다수가 신봉해 온 자본주의의 부와 아름다움에서 소외자들의 이야기다. 즉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여자에 대한 글이다.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무대로 한다.

대학진학도 미루고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백화점에서 주인공은 너무나도 못생겨 마음에 충격을 주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갓 피어난 듯 화사한 젊은이들 속에서 유독 눈에띄는 그의 기괴한 모습을 남자는 그냥 넘길수가 없었다. 무명의 영화배우였던 아버지가 유명세를 타자 볼품없는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상처를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비슷한 상처를 가진 또 다른 인물 요한이 등장한다. 언제나 '요다'와 같은 현명하고 명쾌한 말로 편견어린 고민들을 풀어주는 요한은 남녀 주인공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실제로 연결되도록 해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중략)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BEER(맥주)를 BEAR(곰)라고 표기하고, HOF(생맥주)를 HOPE(희망)라고 표기해 놓은 정체불명의, 그러나 맛은 끝내주는 켄터키 치킨집에서 세남녀는 '현실의 눈'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남자가 대학을 진학하게 되면서부터 이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작 자신의 상처는 아물게하지 못했던 요한은 자살시도 끝에 의식불명이 되고, 여자는 생애 처음으로 사랑받은 기억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 연락을 끊고 사라진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회를 견뎌야하는 여성들에 대한 연서다. 책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못한 사람들을 사로잡아온 시스템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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