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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근거없는 통념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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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대하다 보면 어떠한 사회적 통념이 형성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널리 통하는 개념이라고 해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오히려 근거없는 허구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가 폭락과 경기침체를 몰고 온 금융업종이 가장 좋은 예가 된다. 주가가 잘 나가던 2007년까지 은행과 보험업종이 만들어낸 천문학적 이익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증권을 거래하면서 창출한 장부상의 평가익을 마치 건전한 영업활동 결과로 인식했다.
하지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AIG는 보험사라기보다 헤지펀드처럼 운용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듯이 많은 금융기관이 회계기준과 정부규제를 벗어나 무책임한 경영을 일삼았다.

AIG는 최고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및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남발해서 돈을 벌었고,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해 가공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막상 부도가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지급해야할 보장원금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증가하고, 투자했던 CDO 대부분이 휴지로 전락하면서 주가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고 미국 정부 지원을 수차례나 받아야 할 지경에 빠졌다.
은행의 대표주자인 씨티그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보수적인 금융권이 이토록 엄청난 일을 저질렀을까. 아마 이런 의심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권의 실체를 알면 헛된 기대나 망상을 하진 않는다.
은행은 가장 투기적인 비즈니스 업종이다. 신용이 있고 자금이 집중되는 곳이기 때문에 원하는 곳에 원하는만큼 돈을 쏟아 부을 수 있다.
 남들이 어떤 곳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들으면 이에 뒤질세라 자금을 끌어 모으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중 투기에 나서곤 하는 곳이 은행이다.

제조업처럼 공장을 설립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등의 물리적 제한도 없다. 돈이 되는 곳에 집중하고 돈이 안 되는 곳에선 자금을 빼면서 가장 효과적인 돈놀이를 하는 게 본성이다. 비올 때 우산을 뺐고 날이 맑을 때 우산을 쓰라고 강요하는 게 바로 은행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이해 못할 일은 없다.

최고의 투기업종이며 다른 어느 업종보다 빨리 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주가 증시의 바로미터가 된다. 그래서 은행주가 휘청거리면 경기 하강이 시작되고 은행주가 살아나면 주식시장 전반에 봄기운이 도는 결과가 초래된다.

국제유가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통념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폭등할 당시만 해도 골드만삭스는 200달러를 외쳤다.
그러나 현재 4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시작했고 경기가 살아날 경우 유가 회복을 점치는 곳이 많지만 유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이전인 1973년까지 매년 8%씩 증가하던 세계 원유 소비는 1979년 이란혁명 이후 2%로 급감했고,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5∼1.8%까지 떨어졌다.
장기적인 원유소비 증가율 감소추세에 따르면 향후 원유 소비증가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현재 하루 500만배럴 이상의 유휴 생산능력이 있다.
투기의 전형이 만들어낸 147달러를 예외로 본다면 20∼30달러대가 적정한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 불안 속에 인플레까지 우려되니 아마도 금이 원유 투기의 바통을 이어받을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미달러 가치가 유지되고, 인플레보다는 디플레를 걱정할 때다.

투기는 끝없이 새로운 대상을 물색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통념을 따라서는 실익이 없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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