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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도쿄 역 사린가스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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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 바람이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논픽션 '언더그라운드'(1997)에서 상상한 1995년 오늘의 아침이다. 오전 8시쯤, 일본 도쿄의 지하철 3개 노선에 사린가스가 살포되었다. 사린(Sarin)은 나치 독일이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개발한 화학무기다. 화학공업 복합기업인 파르벤(IG Farben) 소속 과학자들이 1938년에 개발했다. 냄새도 색깔도 없으며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500배나 높다. 사린이 호흡기나 눈,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몇 분 안에 목숨을 잃는다.

사린가스에 중독된 시민 열세 명이 죽고 6000여 명이 다쳤다. 인파가 몰리는 출근시간에 도쿄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본 전후 최대 규모의 무차별 살인행위, 대도시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화학병기를 사용한 역사상 최초의 테러였다. 이른바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이다. 일본의 종교 단체인 옴진리교가 저지른 일이었다. 옴진리교는 아사하라 쇼코가 1984년 도쿄의 시부야에 요가 도장(옴신선회)을 열면서 출발한 신흥종교다.


아사하라는 "인류가 세균과 핵무기로 종말을 맞는다. 옴진리교 신자들은 1995년 11월 아마겟돈(성경에서 지목한 선과 악의 세력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을 극복하고 천년왕국을 영위할 것"이라고 설법했다. 신비주의와 초능력에 매혹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명상 자세로 공중에 뜬 아사하라의 사진을 보고 옴진리교에 끌린 10대와 20대가 많았다. 교세는 이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한때는 신자가 1만 명을 넘었고, 모스크바 등 네 곳에 해외 지부를 두었다.


옴진리교는 1990년 아사하라 교의의 현실화를 꾀한다. 진리당을 만들어 총선에 도전한 것이다. 그러나 교주 이하 스물다섯 명이 모두 낙선했다. 이 실패를 계기로 옴진리교의 활동은 과격해졌다. 살인도 불사했다. 그 결과는 사카모토 변호사 일가족 살해(1989), 마쓰모토시 사린가스 살포 사건(1994) 등으로 이어졌다. 일본 당국은 전면 수사에 착수해 모두 192명을 기소했다. 아사하라는 1995년 5월16일 야마나시 현에 속한 가미쿠이시키라는 곳에서 체포되었다.

아사하라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마츠모토 치즈오 등 열세 명이 사형 판결을 받았다. 아사하라의 사형은 2006년 9월15일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확정돼 2018년 7월6일 집행되었다. 도쿄지방법원은 1995년 10월 옴진리교에 해산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옴진리교는 사라졌다. 그러나 옴진리교 신도들은 '알레프'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계속했다. 2007년에는 '히카리노와'라는 파생단체가 생겨났다. 두 종교의 신자는 1500여 명에 이른다.


허진석 시인·한국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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