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담배 피우는 '흡연자 천국'도 실외금연 추진

이탈리아 보건부 버스정류장 등 금연 확대 추진
"독재적 발상" 반발 이어져…내각 문턱 넘어야

이탈리아 보건부가 금연 구역을 실외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내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라치오 쉴라치 보건부 장관은 최근 금연 구역 확대 법안을 발의했다. 이탈리아에선 2005년 1월부터 실내 금연법이 시행됐는데, 금연 구역을 실외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 법안의 초안에는 술집 외부 공간과 버스 정류장을 금연 구역에 포함하도록 했다. 공원에서도 임신부와 어린이가 주변에 있는 경우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이에 따르면 연초 담배는 물론이고 전자 담배도 금연 규제를 받는다. 쉴라치 장관은 지난 1월 "청소년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는 전자담배 등의 흡연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원과 길거리 등에서 흡연하는 일이 매우 흔한 이탈리아에서 이 같은 규제가 거론되자 즉각 반발이 나왔다. 특히, 소속 정당이 없는 기술관료인 쉴라치 장관을 향해 내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은 "권위주의적이고 독재적인 정권에서나 나올만한 발상"이라며 이러한 조처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흡연을 장려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전자 담배는 일반인들이 연초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일부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러한 반발에 보건부는 따로 논평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위해선 의회에 넘어가기 전에 내각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편, 이탈리아의 보건협회 움베르토 베로네시 재단의 통계를 보면 이탈리아에서 매년 최소 4만3000명이 흡연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성인 흡연율은 24.2%로 집계돼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