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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⑥구도심에 주거와 활기를 동시에…'하케셔 회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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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상업, 2층부터는 주거시설 혼합용
지역 활성화 + 도심 주택 공급 모범 사례

[통근지옥 해방일지]⑥구도심에 주거와 활기를 동시에…'하케셔 회페'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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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한가운데 있는 미테(Mitte)구는 상점과 박물관, 주요 관광지가 대거 모여있는 핵심지다. 이곳에 '하케셔 회페(Hackesche Hofe)'라는 건축물 단지가 있다. 하케셔 마르크트(Markt) 시장과 인접해 있어 하케셔라는 명칭을 따왔다. 회페는 우리말로 하면 안뜰 또는 중정으로 번역할 수 있다.


하케셔 마르크트 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걸으니 5분도 채 안 되어 하케셔 회페가 길 건너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한 톤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명품·캐주얼 브랜드 간판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호텔이 아닌, 베를린 시민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이 자리하고 있을 거라곤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유명한 상가가 많이 입점해 있었고 주변도 관광지라 매일 수 만명의 관광객이 드나들 터였다.

하케셔 회페 건축물군 전경. 총 8개의 중정이 있다.

하케셔 회페 건축물군 전경. 총 8개의 중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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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케셔 회페 입구의 중정 안내지도

하케셔 회페 입구의 중정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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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되면 상업시설은 문을 닫습니다. 외부인의 출입은 금지되죠." 다비트 캐스트너(David S. Kastner)씨의 말이다. 그는 하케셔 회페를 운영·관리하는 부동산관리회사 펜타넥스(PentaNex)의 대표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캐스트너 대표와 함께 하케셔 회페 곳곳을 둘러봤다.


하케셔 회페의 가장 큰 특징은 8개의 중정으로 연결된 복합 건축물 군이라는 점이다. 1906년 건설 당시에도 혁신적인 건축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1·2차대전을 거치며 파괴된 베를린에서도 용케 살아남았으나, 동독 시절 장기간 방치됐고 크게 주목받지 못한 낡은 건축물에 불과했다. 1990년 중반 리모델링을 거쳤고, 혼합용도시설·도시재생의 성공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케셔 회페에는 각종 브랜드 매장과 카페, 레스토랑, 영화관, 주택이 섞여있다. 1층에는 상업시설이, 그 위로는 주거지가 자리하고 있다. 하케셔 회페가 있는 지역은 한국으로 치면 명동, 홍대 한복판으로 볼 수 있다. 도심 번화가 한복판에 상업과 주거가 동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하케셔 마르크트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잠깐 걸으면 하케셔 회페의 전면이 드러난다.

하케셔 마르크트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잠깐 걸으면 하케셔 회페의 전면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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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전면은 유명 상점들이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사이에 난 입구를 지나자 첫 번째 중정이 나타났다. 레스토랑과 영화관, 시계점 등이 보였다. 벽면에 붙은 독특한 양식의 세라믹 타일들이 볕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캐스트너 대표는 "저기 붙은 타일도 이곳에 입점한 상점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 속 주택’에 대한 궁금증은 첫 번째 중정에서 바로 풀렸다. "8개의 중정 중에서 2곳에는 주거공간이 없어요. 상업·오피스시설만 자리하고 있죠." 하케셔 회페의 입구 역할을 하는 첫 번째 중정과 이어진 두 번째 중정은 사람이 워낙 많이 드나들기에 주택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3~8번째 중정을 끼고 있는 건물에서 총 103채의 주택이 마련돼 있다. 당초 80개였으나 23개를 새로 지었다.


하케셔 회페는 1층은 상업시설, 2층부터는 주거시설로 이뤄져있다.

하케셔 회페는 1층은 상업시설, 2층부터는 주거시설로 이뤄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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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거주하는 모든 입주민은 임차인입니다." 도심 한복판의 주택은 비싸고 시끄러울 것이란 편견은 중정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깨졌다. 주택 임차료는 1㎡당 15유로였다. 면적과 층수·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저렴한 곳은 1㎡당 10유로, 비싼 곳은 17유로라고 했다. 캐스트너 대표는 "베를린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임차료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 베를린 평균이 10유로를 조금 넘는데, 입지를 감안하면 크게 비싸다고 할 순 없었다.


상가·주택 배치는 입주민의 복지를 고려해 이뤄졌다. 3~8번째 중정에 들어선 상가들엔 공통점이 있다. 조용하다는 것. 구두제작소, 가죽공방, 속옷업체, 기념품샵 등 소음 발생이 적은 업체들이다. 하케셔 회페 방문객은 연간 200만명을 넘는다. 매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찾는 배경엔 그만큼 이곳에 들어선 상점들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서독 화합의 상징이자 베를린의 마스코트가 된 암펠만.

동서독 화합의 상징이자 베를린의 마스코트가 된 암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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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펠만’ 1호점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했다. 신호등을 뜻하는 독일어 암펠(Ampel)과 사람을 의미하는 만(Mann)을 합친 단어인데, 원래 동독의 신호등 표시였다. 작은 키에 중절모를 쓴 통통한 남자로 그려진 암펠만을 이용한 캐릭터 사업은 독일인은 물론 전세계인의 마음을 이내 사로잡았다. 암펠만은 통일 독일의 상징이자, 베를린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암펠만을 보기 위해 하케셔 회페를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하케셔 회페만의 특별함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컨셉을 유지하는 일관성을 갖춘 것이 성공요인입니다." 캐스트너 대표의 말이다.


다비트 캐스트너 대표가 하케셔 회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다비트 캐스트너 대표가 하케셔 회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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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과 주거의 절묘한 동거는 이처럼 철저한 전략 속에서 이뤄졌다. 캐스트너 대표는 "공공은 지원하되 간섭말라"고 했다. 하케셔 회페 성공의 또다른 비밀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공공과 기업이 같이 개·보수사업을 진행한 사례가 있지만, 개보수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했고 주택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공공이 지원금(대출)을 담당하고 기업에 철저히 위임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강조했다. 캐스트너 대표는 "단순히 임대주택만 짓는 것이 아닌 혼합용도사업이라면 특히 공공에서 하기가 어렵고, 민간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은 한때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가 되고자 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베를린 시장을 지낸 클라우스 보베라이트의 말이다. 그러나 이제 베를린은 더이상 가난하지 않고, 그저 섹시한 도시일 수 있다. 하케셔 회페는 바로 그 상징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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