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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지옥 해방일지]②인천-서울 통학 2시간…"주거비 줄이고 취업 준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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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서울 동대문구 통학길 동행해보니
2시간10분 소요…"처음 통학할 땐 녹초 돼"
버스-지하철-지하철-버스…환승만 최소 3번
인턴생활 당시는 셰어하우스 구하기도 했지만
주거비는 높고 시설 낙후돼 결국 통근 결정해
"앉아만 있어도 피곤, 도착했는데 집 가고 싶어"

편집자주'통근지옥 해방일지'의 첫 기사는 수도권에서 서울로 통근·통학을 위해 오랜 시간을 소요하는 취재원들의 통근·통학길을 동행하면서 '통근지옥'의 현실을 짚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취재원의 자택, 직장, 학교 뿐만 아니라 개인사까지 기사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사생활 노출을 우려하는 취재원의 의사를 존중해 부득이하게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보도하게 됐습니다.

9월20일. 동인천에서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교까지 통학하는 송해린씨(가명·23)의 통학길을 동행했다. 송씨는 오전 10시에 출발해 12시10분이 돼서야 학교에 도착했다. 사진은 12시께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송씨./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9월20일. 동인천에서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교까지 통학하는 송해린씨(가명·23)의 통학길을 동행했다. 송씨는 오전 10시에 출발해 12시10분이 돼서야 학교에 도착했다. 사진은 12시께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송씨./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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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지난 9월20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서울 동대문구 소재 대학교로 통학하는 송해린씨(가명·23)를 만났다. 송씨의 표정엔 벌써부터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다소 늦은 아침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두 시간 가량, 최소 세 번의 환승을 거쳐 서울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 거리만큼 추가요금이 붙는다. 왕복 대중교통비만 4000원 정도다.


송씨는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으로, 오랜만에 대면수업을 하러 학교로 향했다. 남은 학점도 얼마없는데다 슬슬 취업준비도 해야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을 줄일 겸 이번 학기는 통학을 결정했다. 송씨는 "처음 통학할 땐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도착하면 녹초가 됐다"며 "4학년이 된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했다.

인천 지하철 1호선 동막역에 도착한 송씨는 빠른 환승이 가능한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통학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인천 지하철 1호선 동막역에 도착한 송씨는 빠른 환승이 가능한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통학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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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인천 지하철 1호선 동막역에 도착한 송씨는 곧장 빠른 환승이 가능한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2시간 가량 되는 통학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몸에 뱄다. 송씨는 "지하철 앱에 나오는 시간이 가끔 실제 지하철이 도착하는 시간이랑 안 맞을 때가 있다"며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환승할 때 서울 1호선을 놓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한 번 놓치면 7~8분 기다려야 한다.


오전 10시25분. 동막역에 지하철이 도착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라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인상을 찌푸려야 하는 통학길은 아니었다. 송씨에게 이런 날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는 "인천 1호선은 대부분 앉아갈 수 있지만, 1호선 환승역인 부평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그때부터는 좀 힘들어진다"면서 "동막역에 타는 이유도 집에서 가까운 것도 있지만 (한 정거장 뒤인) 동춘역에서 타면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엔 실제로 인천1호선에서도 서서 가야 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인턴생활을 하는 동안 마지막 한 달은 본가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했다.


오전 10시49분께 인천1호선을 타고 부평역에 도착한 송씨가 서울 지하철 1호선 승강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오전 10시49분께 인천1호선을 타고 부평역에 도착한 송씨가 서울 지하철 1호선 승강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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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회사 근처 셰어하우스를 구했다. 9시까지 서울 중구 소재의 회사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5만원, 그리고 관리비 7만원으로 다달이 52만원을 써야했다. 단기 거주를 희망했기에 옵션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셰어하우스를 선택했지만 상상과는 달랐다. 공용공간에 있는 정수기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매번 물을 사서 먹어야 했고, 전자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 원룸을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혼자 눕기도 비좁은 공간이 월세 45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접었다. 게다가 인덕션과 싱크대가 갖춰져있지 않아 원룸을 가장한 고시원과 다름없었다. 그는 "이 돈 주고 이렇게 살 바에야 조금 고생하는 게 낫겠다고 봤다"고 했다.

10시49분. 부평역에 도착한 송씨는 승강장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슥 쳐다보더니 "못 앉을 수도 있겠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역에 도착하자마자 송씨는 "4-3으로 가야된다"며 망설임 없이 빠른 하차가 가능한 승강장 앞으로 움직였다. 6분 후 도착한 1호선 의정부행 지하철은 우려와는 달리 다행히도 자리가 널널한 편이었다. 그는 "이 정도면 괜찮은 하루"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1호선으로 환승하고 나서부터는 1시간8분 동안 1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한다. 송씨는 긴 시간을 녹이기 위해 얇고 가벼운 책을 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요즘은 휴대폰을 자주 본다고 했다.


오전 11시36분께 서울 1호선 지하철은 어느새 용산역을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 창밖으로는 서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이 보였다. 송씨는 이쯤에서야 "서울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오전 11시36분께 서울 1호선 지하철은 어느새 용산역을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 창밖으로는 서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이 보였다. 송씨는 이쯤에서야 "서울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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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지하철은 한강 다리를 지나 용산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송씨는 이쯤에서야 "서울에 도착한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맞은편 창문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중에 앞에 달리고 있던 용산행 급행열차가 뒤처지고 있었다. 그는 "용산행 급행열차를 타면 (지금 타고 있는) 의정부행 열차로 환승해야 했을텐데 만약 저 열차를 탔으면 이미 이 열차를 놓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반 정도 왔다.


송씨는 오늘 하루 내내 약속이 있다고 했다. 비대면 수업이 늘고 막학기라 서울 통학 빈도도 줄면서 나온 김에 압축적으로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얼굴들을 다 만나고 가는 것이다. 그래도 거의 매일 통학을 했던 1학년 때보다는 많이 여유로워 진 것이다. 당시엔 매일 하루 네 시간을 통학에 쓰다 보니 일과가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데 비해 빨리 끝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송씨는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귀가를 빨리해야 하다보니 다른 친구들과 빠르게 친해지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동아리에서의 역할도 생기고 학교에 가는 빈도가 늘면서 2~3학년 때는 1년 반 동안 학교 앞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부모님의 걱정과 주거비 부담도 한꺼번에 덜기 위해 원룸에 2층 침대를 놓고 친구와 생활을 했다. 당시 월세 50만원에 관리비는 10만원 중반대로 인당 33~35만원 정도를 냈다. 송씨는 자취할 때와 통학때의 삶의 질을 비교하면서 ‘저녁이 생겼다’고 표현했다. 그는 "(자취를 할 때는) 학교가 끝나고 학교 주변에서 하는 것도 많아지고 저녁엔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소소한 일상이 송씨에겐 큰 변화였던 셈이다.


오후 12시4분. 2시간이 겨우 넘어 송씨는 학교 인근 역인 회기역에 도착했다. 학교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역 앞에서 마을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오후 12시4분. 2시간이 겨우 넘어 송씨는 학교 인근 역인 회기역에 도착했다. 학교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역 앞에서 마을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야 한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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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4분.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실은지 2시간이 겨우 넘어서야 학교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회기역에 도착했다. 학교에서 역까지도 거리가 멀어 이 곳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 정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송씨와 같은 지하철에 몸을 실은 학생들을 다 태운 후에 버스는 출발했다.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12시10분이었다. 송씨는 "앉아만 있어도 피곤하다"며 "벌써 집에 가고싶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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