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 대전 중구에서 유성구로 이전 계획
지역 이슈에서 지자체장 개입한 '정치싸움' 돼
'지역 경제 살리던 소진공 이전 즉각 중단하라! 지역 상권 다 죽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앞에 주렁주렁 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소진공이 대전 중구 대흥동 대림빌딩에서 15㎞ 떨어진 유성구로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게 지난달 중순 알려지자 근처 상인들이 내걸었다. 이 건물 5개 층을 쓰던 소진공 직원 430여명이 빠져나가면 식당, 편의점, 주점 등 주변 상권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상인들은 '소진공 이전 저지 투쟁위원회'를 조직해 소진공이 입주한 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여기까지는 지역사회 이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지자체장이 개입한 정치 싸움'으로 비화했다. 지난달 말부터 현직 대전시장, 부시장, 관할 구청장 등과 전직 대전시장인 소진공 이사장이 날카로운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중구청장은 박 이사장을 항의 방문하고, 상인들의 가두 집회에 참석했다. 그러자 박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발목을 잡고 비난과 압력을 행사하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말을 들은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7일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가 "박 이사장은 형편없는 사람", "도둑 이전"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대전시 부시장은 "중기부가 소진공 이전을 방관한다"며 뜬금없이 오영주 장관 사과까지 요구했다.
소진공 직원은 "30년 넘은 노후 건물에서 화장실까지 부족해 쩔쩔매는데 이전을 반대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소진공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의 80% 이상이 이전을 바란다. 새 건물에선 1인당 업무공간이 크게 늘어나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반면 보증금과 연간 임차관리비는 5억원, 3억5000만원씩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소진공은 절감액을 직원 복지 향상에 쓸 예정이다.
지역 상인들은 큰 고객인 소진공이 떠나는 걸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공의 업무는 전국 소상공인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지 본사가 위치한 지역 상권 활성화가 아니다. 그러므로 대전시는 소진공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찾아가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 지자체장과 지역 정치인의 임무는 거친 언사의 정치 싸움이 아니라, 더 나은 일터를 원하는 관내 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상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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