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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바다는 기억할까, 그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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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바다 생태계 심각한 피해끼쳐
장기적인 모니터링·관심 필요

정용상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

정용상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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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7일. 검은 파도가 밀려오고 가마우지는 기름에 뒤덮였다. 아비규환과 같은 현장,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15년 전 충남 태안에서 최악의 해양 유류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 공사를 마치고 복귀 중인 크레인 바지선과 대산항에 입항 대기 중인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1만2547㎘로 200ℓ 드럼통 6만2735개에 해당한다. 유출된 기름은 순식간에 인근 해역을 뒤덮었고 한 달 뒤 타르볼은 전남 해역에서도 발견됐다. 피복된 기름 제거를 위해 전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했고 그 수는 123만명에 달했다.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유출량의 4분의 1인 4428㎘가 회수됐지만 유동하는 바다의 특성상 모든 기름의 제거는 힘든 실정이었다.


유류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국립공원공단을 포함한 환경부 소속·산하기관은 합동 생태계 조사단을 구성, 생태계 피해 긴급 현황조사를 진행했고 ‘생태계 영향 정밀조사(2008년)’를 시작으로 ‘유료사고 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2009년부터 현재까지)’을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바다에서 유류 사고가 발생하면 매우 심각한 생태계 피해가 발생한다. 2008년부터 수행한 모니터링의 종합분석 결과를 보면 사고 직후 바다 퇴적층의 저서생물 종은 70% 감소, 조간대의 어류 풍부도는 33%가 감소했다. 상괭이의 경우에도 사고 후 3년간은 평균 출현 개체수인 57마리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처럼 사고의 여파는 순식간에 생태계를 마비시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름은 바다의 물리작용에 힘입어 어느 정도 정화가 되지만 퇴적층에 침투한 기름은 제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유류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잔존 유류 조사에서는 사고 후 7년이 지난 2014년까지 땅을 파보면 옅은 유막(油膜)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여년간 연구자료를 이용해 사고 이후 해양생태계의 회복을 평가한 바 사고 직후인 2008년, 생태계 구성원 간의 탄소 이동량은 45.6tonC/㎢였고 10여년이 흐른 2018년에는 76.17tonC/㎢로 탄소순환 증가와 함께 더욱 생산적인 생태계로 전환됐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유류사고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도 해양생물의 형태적 기형이 목격됐고,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괭이갈매기와 상괭이의 최대 수령(25년)을 고려할 때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슨 발데즈호 유류 사고를 30년 이상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역시 좀 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국립공원연구원은 유류사고 이후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세밀한 생태계 변화 진단, 정밀한 자료 구축을 위해 그리고 재발 가능한 해양 유류 사고를 대응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양 유류 사고를 장기간 연구하며 방대한 자료를 구축한 사례는 국내에서 매우 드문 것으로 이런 노력은 향후 유류·유출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조사 시기 및 방법 등을 결정할 때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생태계는 한번 망가지면 매우 심각한 피해를 동반하고 회복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인간의 삶의 터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 2007년 12월 그날은 바다가 아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용상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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