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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만리여담]14시간 사투, 197명 살린 시루섬의 '아픈 기적'

최종수정 2022.08.12 11:00 기사입력 2022.08.12 11:00

시루섬 관광명소로 거듭난다
출렁다리 개통 등 관광지 조성
차분한 울림 있는 명소 되기를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도담삼봉, 만천하스카이워크, 남한강 잔도, 옥순봉…. 충북 단양은 한 해 1000만명이 오가는 유명 관광지다. 그 곳 남한강에는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이 무인도는 시루섬이다. 떡이나 쌀을 찔 때 쓰는 둥근 질그릇인 시루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섬은 오랜 세월 속에 쌓인 흔적처럼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단양 주민들은 기적의 섬으로 기억한다. 기적이란 명칭이 붙은 이유는 시루섬이 간직한 슬픈 사연 때문이다. 이야기는 남한강변의 작은공원에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새겨져 있다.

세월을 거슬러 50년 전으로 돌아간다. 행정구역상 단양읍 증도리에 속했던 시루섬에는 한때 44가구 250여명이 살았다. 과거 소금 뱃길로 번성했던 섬은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덮쳐 대홍수를 겪었다. 하루 최대 강수량이 407.5㎜를 기록할 만큼 위력이 거셌다. 시루섬도 베티를 피할 수 없었다. 집중호우로 남한강이 범람했고, 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주민은 집을 빠져 나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198명이 겨우 몸을 피한 곳은 마을의 물탱크였다. 사다리를 엮어 너나 없이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청년들은 밖에서 팔을 걸어 단단히 죄고 노약자들을 보호했다.


높이 6m, 지름 5m 물탱크 위로 올라 선 이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부둥켜안고 공포감을 이겨내며 14시간을 버텼다.


물탱크에는 갓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피신한 아낙이 있었다. 이웃끼리 부둥켜안고 버티는 과정에서 엄마 품속의 아이가 압박을 견디지 못해 숨졌다. 엄마는 울 수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도 없었다. 동요가 생기면 대열이 흐트러져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물은 물탱크 끝까지 차올랐다가 빠졌고, 다음날 구조대의 도착으로 긴 사투는 끝이 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함께 통곡했다.


사람들은 이 일을 시루섬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시루섬 일부분이 수몰되면서 사람들이 모두 떠났고 그렇게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이런 시루섬이 50년 만에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시루섬 관광명소화 작업이 그것이다. 내년 상반기엔 출렁다리가 개통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목적으로 시루섬 위를 지나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590m에 이르는 다리다. 시루섬의 사연을 담아 기적의 다리로 이름 붙였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둘레길도 만들어진다. 그뿐인가. 수상레포츠와 시루섬 나루터를 활용한 관광체험 프로그램도 운영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몇 년 새 전국적으로 출렁다리 조성이 열풍처럼 번지는 추세라 관광객만 봐라 본 묻어가기 사업이 아닌지 말이다. 관광지 조성은 문화와 역사의 옷을 잘 입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꼭 출렁다리가 아니어도 관광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50년 전 대홍수의 아품 속에서 주민들이 보여 준 인간애와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차분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그런 명소면 충분하다. 시루섬의 슬픈 기적이 그 흔한 또 하나의 관광지가 아니라 기억되는 관광지로 태어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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