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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포템킨 경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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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7년 크림반도 점령에 성공한 러시아의 그리고리 포템킨 공작(왼쪽)과 당시 황제인 예카테리나2세(왼쪽에서 두번째)의 초상화. [이미지출처=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1787년 크림반도 점령에 성공한 러시아의 그리고리 포템킨 공작(왼쪽)과 당시 황제인 예카테리나2세(왼쪽에서 두번째)의 초상화. [이미지출처=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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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러시아 경제를 일컫는 용어로 ‘포템킨 경제(Potemkin Economy)’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전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뜻의 이 용어는 대러 제재 속에서도 루블화 가치가 연일 폭등 중인 러시아 경제를 비꼬는 말로 많이 쓰인다.


원래 이 말은 1787년 러시아가 처음으로 크림반도 지역을 점령했을 때 나온 말이다. 당시 러시아의 황제인 예카테리나2세는 새로 점령한 크림반도의 시찰에 나섰고, 유람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고 한다. 이에 당시 크림반도를 점령한 사령관인 그리고리 포템킨 공작은 황제의 눈을 속이고자 가짜로 아름다운 유령마을을 만들었고 이후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가짜 마을을 ‘포템킨 빌리지’라고 부르게 됐다.

이후 옛 소련 붕괴 전후 미국의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이 소련 경제를 이 포템킨 빌리지에 빗대 포템킨 경제라는 말을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언론들도 러시아 경제가 포템킨 경제 상태에 놓였다며 곧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곤 했다.


그런데 이 사상누각이라던 러시아의 포템킨 경제가 전쟁 4개월이 지나가도록 붕괴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까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5배나 늘어나 1100억달러(약 143조원)를 넘어섰고, 104년 만이라는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1억달러 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대외부채를 다 합쳐도 약 400억달러 규모로 전체 64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외환보유고의 1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소련의 포템킨 경제와 푸틴의 포템킨 경제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게 된 이유는 국제유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소련의 붕괴는 사실 계획경제보다는 저유가로 인한 여파가 컸다는 것이다. 1985년 11월 평균 30달러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1986년 7월에 10달러대로 곤두박질쳤고, 우리나라에서 ‘3저호황’이라고 기억하는 고도성장기에 소련은 재정이 완전히 파탄나 국가 붕괴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에 놓인 국제환경은 역대급의 고유가 상황이다. 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국제유가는 100달러선 아래로 좀처럼 내려오질 않는다. 대러 제재로 러시아산 석유가 현재 국제유가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중국과 인도 등에 판매되고 있음에도 역대 최대규모의 흑자를 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과 서방에서도 포템킨 경제라며 지나치게 러시아의 경제전략을 경시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전후 유럽연합(EU)의 제재를 겪고, 현재까지 1만1000여개의 제재를 겪으면서 준비해온 ‘경제요새화’ 정책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8년여간 대외부채를 급격히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준비하면서 식량 및 주요 자원의 자급대책도 상당부문 수립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외로 포템킨 경제가 완전히 대책 없는 상태가 아니었음이 드러나게 되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늘 상정해두고 우리 정부도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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