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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기부의 여러 가지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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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 7일 입동(立冬)을 지나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22일 소설(小雪)이 다가온다. 겨울의 문턱에서 하나둘씩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 불우이웃 돕기 성금 기탁 같은 소식은 훈훈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이 커서 기부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지만, 형편 어려운 타인을 위해 내 몫을 덜어 내놓는 행위가 주는 보람과 기쁨은 쉽게 포기될 것이 아니라는 기대도 있다.

'기부(寄附, Don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선 또는 대의를 위해 재산 등을 내어주는 것"이다. 나눔의 행위는 차이가 없겠으나 좀 더 들여다보면 기부는 꽤 결이 다양하다.


우선,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유명한 경주 최부자댁의 가훈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가 떠오른다. 100리면 40㎞ 정도이니 그 넓은 면적에 사는 동네 사람들의 생계를 부자인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선언이다. 빈부격차 계급차는 그대로 용인하되 시혜적 기부로 공존의 길을 열었다.


그런가 하면, 이기적 이타주의에서 비롯한 기부도 있다. 모순형용 같은 이 말은 요즘 유행하는 '착한 소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목이 말라 편의점 음료냉장고 앞에 섰지만 수익금 일부가 저개발 물부족 국가 어린이를 위해 기부된다는 포장지 문구를 보니 내 선택이 합리적이고 의미 있게 여겨진다.

내가 선물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내 선물을 받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게 더 좋아 선물하는 것을 더 즐긴다는 부류도 많다.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것을 하려는 욕망이 있지만, 그 이기적 욕망 추구가 동시에 남을 위하는 이타심과 결합된 것이다.


연말정산 많이 받는 꿀팁으로 많이 추천되는 기부금 증빙 챙기기도 이기적 이타주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기부금액 만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강력한 유도정책 덕에 기부가 이제는 일상이 됐다.


물론, 이기적 목적이 너무 뚜렷한 나머지 엉터리 기부를 하는 폐해도 나타난다. 국세청이 5년간(2014∼2018년 귀속분) 100만원 이상 기부금으로 경비 산입 또는 세액공제를 신고한 850만명 가운데 4만2400명을 선정해 표본조사 한 결과 30%에 달하는 1만2300명이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공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부에서 발단이 되어 작지만 뜻 깊은 사회적 실험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충북 보은군 판동초등학교의 매점은 이 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가 조합원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하는데, 한 기부자가 "돌아가신 어머니 이름으로 좋은 곳에 돈을 쓰고 싶다"면서 조합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지 고민하던 조합은, 평소에 가정형편에 따라 아이들이 매점을 이용하는 것에도 차이가 있음을 안타깝게 여긴 교사의 제안에 따라 전교생 41명 전원에게 11월 첫 주부터 앞으로 12주간 매주 2000원의 교내 매점화폐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요즘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의 어린이 버전인 셈이다. 작은 시골 학교의 기본용돈 실험이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내 마음의 자기만족이든 세금혜택이든 주변의 시선 때문이든 의도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기부문화가 지금보다 더 한국사회 전반에 널리 확산 정착되면 좋겠다.


매달 일정액을 자선단체에 자동이체를 하든, 곧 거리에 등장할 구세군 자선냄비에다 호주머니 속 푼돈이라도 넣든, 코로나로 매출이 뚝 떨어진 동네가게를 찾아가든, 어떤 방법이라도 좋겠다. 상생이 뭐 별거이겠는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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