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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의리 정치' 아이콘으로 불렸던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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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2009년 이찬열 당선 견인 "의리를 갖고 재목 키워야"…이찬열, 손학규와 이별 자유한국당 입당 의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월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윤동주 기자 doso7@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월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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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권력 앞에 약한 존재인 인간의 속성일까, 정치 특유의 메커니즘일까. 비정한 정치 세계에서도 반전은 있다.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의리의 정치’ 아이콘으로 불렸던 정치 지도자. 수많은 정치인들이 꿈꾸는 의원 배지의 기회를 ‘정치 후배’에게 제공하고 그의 당선을 위해 힘을 쏟았던 인물, 그 이름은 손학규다.


2009년 10월28일 재·보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후보 공천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009년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민주당은 2008년 총선 참패 이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애를 썼다. 10·28 재·보선은 중요한 선거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불리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른바 ‘거물 정치인’ 차출을 희망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인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손학규 전 대표가 수원 장안 재·보선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 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수원 장안은 10·28 재·보선의 승부처였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도, 야당인 민주당도 수원 장안은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 수원 장안의 패배는 5개 지역에서 열렸던 재·보선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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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만만치 않은 인물을 내세웠다. KBS 아나운서 출신이자 2008년 5월까지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 무대를 누볐던 인물, 박찬숙 전 의원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나 지명도 모두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민주당 쪽에서 손학규 전 대표 직접 출마를 권유한 것은 쉬운 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출마 요구를 마다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런 결정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의리’였다.


손학규 전 대표의 당시 심경은 2009년 10월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이찬열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결국은 (내가 출마를) 못 하겠다는 생각이 된 게 첫째 정치에도 도리가 있어야 된다”면서 “손학규가 나와서 승리하면 손학규 개인이 승리하는 거지만 이찬열이 승리하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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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위원장, 제가 지난번에 공천을 했고 지구당 위원장을 세웠고, 특히 이찬열 위원장은 제가 한나라당을 나와서 뜻을 세우겠다고 했을 때, 손학규 길이 옳다고 해서 같이 나온 사람이다. 이런 사람, 이런 의리를 갖고 이런 소신을 갖고 있는 이런 재목을 키워야 되지 않느냐.”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와 비교할 때 이름값 경쟁에서는 밀렸던 이찬열 민주당 후보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10·28 재·보선 결과가 공개되자 정치권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찬열 후보는 49.2%의 득표율로 박찬숙 후보(42.7%)를 꺾으며 민주당의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5개 재·보선 지역 중 민주당에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안겨준 지역은 수원 장안이 유일했다.


이찬열 후보가 예상을 꺾고 당선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역 정치인으로서 열심히 표밭을 다진 결과물일 수도 있다. 당시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결집한 게 배경인지도 모른다.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당시 정치인 손학규의 ‘이찬열 양보 에피소드’가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이찬열 후보가 선거에서 패했다면 손학규 전 대표는 판단 잘못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손학규 전 대표는 후배 정치인 당선을 위해 힘을 쏟았고 승리를 견인했다.


정치인 이찬열은 한동안 ‘손학규 측근’으로 불렸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2009년 이후 11년,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게 바뀌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외로운 처지가 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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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정치인들의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퇴진을 거부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을 놀라게 했던 것은 손학규 측근 이찬열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다.


이찬열 의원은 4일 손학규 대표를 떠났다.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탈당의 변에는 고뇌가 담겨 있다.


“손학규 대표님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다. 손 대표님이 안 계셨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손 대표님과의 의리를 제 삶의 도리라 여기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찬열 의원은 왜 탈당을 선택한 것일까, 그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정치인 손학규와 이찬열의 엇갈린 운명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그들은 다시 만날까. 아니면 각자의 꿈을 향해 먼 길을 떠나게 될까.


이찬열 의원은 자신의 선택과 관련해 이런 말을 남겼다. “늘 변치 않는 초심으로 장안주민 여러분만 보고 나아가겠다. 부디 이 모든 것을 저 이찬열의 정치적 결단으로 혜량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손학규 대표 곁을 떠난 이찬열 의원의 행선지는 자유한국당이었다. 이찬열 의원은 6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원갑을 여러운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 자리만큼은 문재인 정권에 넘겨주면 안되겠다 싶어서 한국당하고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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