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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최악 한일관계에 '키플레이어' 부상한 이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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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通)이 痛처럼 아파"…특사 아니더라도 역할 찾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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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한일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제 해결의 키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기자시절 도쿄 특파원을, 국회의원 시절에는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일본 네트워크가 두텁다. 2014년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후에는 고치현(縣) 등 일본 지자체와의 교류에도 힘써왔다. 여기에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본어 능력까지 갖췄다. 정점으로 치닫는 양국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는 배경이다.


타지키스탄 등을 순방중인 이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일특사 가능성에 대해 "그 문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범여권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대표적인 지일파인 이 총리가 일본을 가야한다"고 강조했고 지난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 총리에게 직접 일본행을 권하기도 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총리의 특사 가능성에 "대통령이 적절한 시간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힘을 실었다.

'지일파' 이 총리의 희소가치는 정치권에서 일본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김종필ㆍ박태준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윤환 전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과거 정치권내 대표적 지일파를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위상과 운신의 폭을 감안할 때 상징성을 갖는 현 정부의 유일한 일본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일본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국회의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나서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일왕 사죄' 발언으로 문 의장에 대한 일본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 총리는 '친한파'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막역한 관계다. 그는 도쿄 특파원 시절 하토야마 대표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현 총리와는 지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났으며 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루히토 일왕과는 지난해 3월 브라질에서 만나 대화를 갖기도 했다. 이 총리는 "그분의 역사에 대한 생각, 한국에 대한 생각을 몹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도 어떤 식으로든 양국의 긴장 완화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 5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 총리는 '일본을 잘아는 총리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지적에 "일본통(通)의 '통'이 아플통(痛)으로 느껴진다"고 양국 마찰에 깊은 고민이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 3월 중국 충칭 방문 당시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는 대일관계 개선 노력을 묻는 질문에 "할 수만 있다면 도쿄 뒷골목 같은 곳에서서 술도 한잔하고, 일본 시민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관계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사로 파견되는 것 보다는 행사를 계기로 만남을 추진하는 방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특사파견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신중하고 일본 역시 지일파인 이 총리의 역할에 실망한 반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도 전날 간담회에서 제3자의 특사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본인이 직접 움직일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지난해에 이어 오는 9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아베 총리를 재회하거나 10월 나루히토 일왕 공식 즉위식이 관계개선을 시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총리와 나눠 추진하면서 홀수달에는 총리가 해외순방에 나서도록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의 상당부분을 총리 외교에 할애한 것도 중장기적인 관계개선을 기대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동방경제포럼에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은 또 오는 10월 22일 전세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일왕 즉위 공식 선언을 성대히 치룬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총리도 일본과의 소통계획을 묻는 질문에 10월 하순 일왕 즉위선언을 거론하며 "자연스런 기회를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는 이 총리의 여당 내 역할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총리 본인은 대권에 대한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 총리의 쓰임새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총리가 올 여름 개각 대상에서 빠져 연말까지 현직을 유지하기로 한 것도 역할론에 대한 여당의 고민이 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빠져나온다면 여권내 이 총리의 위상은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일파로서 이 총리가 이런 기대를 갖고 모종의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소신 때문이다. 그는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텃밭에서 했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나름대로 어려운 선거를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고 해도 공을 들이고 노력하는 그의 성격이 담긴 답이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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