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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황창규 회장과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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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은 '완주'를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4년 1월 취임해 2017년 연임에 성공했으니 잔여 임기는 대략 4개월. 황 회장이 완주하면 그는 '황의 법칙'에 이어 또 하나의 타이틀을 얻는다. 'KT 1호 연임 CEO'.


1호? 좀 뜻밖이지 않는가. 황 회장 이전에는 성공적 연임 사례가 한 명도 없다니. 안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 이것이 KT에는 불행인가, 불운인가. 따지고보면 KT의 최고경영자(CEO) 징크스는 '공민기업(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라는 남다른 이력에서 비롯된다. 공기업이었던 KT가 민영화된 것은 2002년 5월. 그로부터 CEO를 역임한 이들은 황 회장 이전까지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3명. 이 가운데 이용경은 단임에 그쳤고 남중수와 이석채는 연임을 노렸다가 중간에 낙마했다.

공교롭게도 저들의 낙마는 정권교체 시기와 겹친다.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사장은 2008년 연임에 성공해 2011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2008년 말 배임 혐의로 물러났다. 2008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해다. 항간에는 "새 정부가 물러날 것을 요구했는데 버티다가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남중수 후임으로 2009년 1월 등판한 이석채 회장도 연임을 노렸지만 2013년 말 배임 혐의로 중도 하차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해다. 이때도 "이 회장이 박 정권에 맞서다가 괘씸죄에 걸렸다"는 뒷말이 떠돌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취임한 남중수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이석채 회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물러난 '평행이론'.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낙마 드라마'가 반복된 셈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KT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난다. KT는 민영화되면서 주인이 '주주들'로 바뀌었다(국민연금 12.19%ㆍ자사주 6.12%ㆍ우리사주조합 0.46%ㆍ외국인 48.47%ㆍ내국인 32.77%). 얼핏 이상적 주주 구성처럼 보이지만 KT는 틈만 나면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렸다. 그 손이 정권과 정치권임은 말하나 마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신들에게 전리품이 돌아가야 하는데 KT는 0순위이었다. 일단 무게감이 다르다. 매출 23조원, 임직원 6만1000명, 재계순위 12위, 게다가 '통신'이라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주력 사업이다. 공신들이 보기에는 '장관급'의 꽤 괜찮은 '한 자리'였을 터. 오죽하면 이런 농담이 있을까. "그(KT 회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을 줄 세우면 광화문에서 서울 시청까지 장사진을 이룬다."


황창규 회장 시절에도 한동안 분위기는 흉흉했다. '평행 이론'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됐으니 문재인 정부에서는 물러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다. 아닌 게 아니라 '힘센 곳에서 교체를 시도한다'는 소문이 유령처럼 배회하기도 했다.


어쨌든 황 회장은 이제 '골인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마 전 만난 KT 고위 관계자는 "어느 순간 청와대에서 신호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신호'가 "KT를 흔들지 마라"는 의미이며,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 신호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황 회장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것이고, 후임 인선에서도 정치적 잡음은 어느 정도 배제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KT는 정치권에 휘둘려온 지독한 징크스를 비로소 끊는 것이다.


기업이 권력놀음에 엮이면 골병이 든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과연 KT는 2002년 이후 진정한 민영화를 이룰 것인가. 황 회장의 남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정일 4차산업부 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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