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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돈침대 사태 5년…인증 꼼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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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돈침대 사태 5년…인증 꼼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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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구업체가 1군 발암물질인 라돈의 안전성을 측정하고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돼 소비자들을 불안케 했던 이른바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지 올해로 5년째다. 하지만 공식 안전 인증을 획득한 업체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업계의 안전불감증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험성적서를 '안전인증'으로 홍보…소비자 혼란 가중
충남 당진시 당진항 야적장에 '라돈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충남 당진시 당진항 야적장에 '라돈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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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그룹 수면 브랜드 슬로우베드는 지난달 밀거나 접는 토퍼 매트리스 신제품 '올라운드'를 선보였다. 슬로우베드가 네이버쇼핑과 연계한 쇼핑몰의 상품정보를 보면 인증 부문에 '라돈안전인증'이라고 기재돼있다. 미드나잇 매트리스 등 슬로우베드의 기존 제품에는 이런 표기가 없으나 신제품 등 일부 품목에서는 라돈안전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내 공식 라돈안전인증 발급 기관은 KS 인증기관이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직유관단체인 한국표준협회(KSA)다. KSA는 라돈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요구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라돈안전인증을 받은 기업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라돈안전인증(제품 기준)을 획득한 침대업체는 시몬스와 씰리침대 두곳으로 슬로우베드는 명단에 없었다. 시몬스는 전체 품목, 씰리침대는 일부 품목에서 라돈안전인증을 보유중이다.

슬로우베드는 KSA가 아닌 민간 라돈 검사업체인 H사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보증하는 공식 인증이 아닌 라돈 수치가 안전 기준치인 148Bq/L(베크렐) 이하라는 단순 '시험성적서'다. 측정심사와 현장심사 등 약 2개월이 소요되는 KSA의 라돈검사와 달리 비용이 저렴하고 전문성도 떨어져 검사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슬로우베드가 지난달 7일 출시한 슬로우베드 토퍼 매트리스 올라운드 컴포트.

슬로우베드가 지난달 7일 출시한 슬로우베드 토퍼 매트리스 올라운드 컴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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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라돈 연구의 최고 권위자는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환경공학부 교수)이다. 조 센터장은 국제원자력기구·환경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30년간 라돈을 연구하며 150여편의 논문과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준정부기관의 공식 인증서와 비공식 업체의 시험성적서는 검사 방식과 사후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검사때만 라돈 수치가 낮은 제품을 들고간 뒤 막상 매장에서는 소재가 다른 제품을 파는 경우도 있는데 KSA는 민간업체와 달리 현장심사까지 병행해 인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시험성적서는 KSA 인증에 비해 절반 수준의 가격이라 최근에 갈아타는 기업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를 라돈안전인증을 받은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SA는 슬로우베드 측에 표기를 정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1개월이 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KSA 관계자는 "슬로우베드가 지난달 라돈안전인증 표기를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법적으로 강제할 권한이 있지는 않지만 향후 이런 상황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어떻게 대응할지 해법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취재가 시작되자 슬로우베드는 지난 14일 오후 라돈안전인증 문구 전체를 수정했다. 슬로우베드 관계자는 "KSA 측과도 얘기해 공식 사이트에서 라돈안전인증 표현을 모두 수정 조치했다"면서 "네이버쇼핑의 경우 판매처가 내용을 직접 기입하는 게 아닌 클릭으로 항목을 선택하게 돼있는데 이 부분도 전날 모두 수정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슬로우베드가 네이버쇼핑 내 제품 상세페이지에 입력한 토퍼 매트리스 신제품 '올라운드'의 상세 정보. 지난달 7일 신제품 출시 이후부터 지난 14일 오전까지 '라돈안전인증'이라고 입력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수정했다.

슬로우베드가 네이버쇼핑 내 제품 상세페이지에 입력한 토퍼 매트리스 신제품 '올라운드'의 상세 정보. 지난달 7일 신제품 출시 이후부터 지난 14일 오전까지 '라돈안전인증'이라고 입력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이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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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로 국가 공인 인증 유도해야

다른 가구·침대업체도 KSA 인증이 아닌 국내 민간업체나 해외기관을 통해 받은 시험성적서를 게재한 곳이 많았다. 다만 '라돈프리'라거나 '라돈수치 기준치 이하'라는 홍보문구만 있을 뿐 어떤 인증을 획득했는지 게재한 곳은 많지 않았다. 라돈사태 초기 기업들이 앞다퉈 KSA 라돈안전인증을 획득해 적극 홍보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 침대 매출 1위 에이스침대는 라돈사태가 발생한 다음해인 2019년 침대업계 최초로 KSA 라돈안전인증을 획득했지만 2021년 갱신을 포기했다. 매트리스 소재와 내장재가 동일해 추가 검사가 불필요하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종류와 크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매트리스 하나당 KSA 현장심사비는 200만원이고 매년 갱신해야 한다"면서 "다른 환경 관련 인증을 유지하기도 벅찬데 신제품이 나오면 신규 인증을 받아야 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KSA 라돈안전인증을 갱신할 때 신청비(50만원)는 면제가 되지만 현장심사비는 50만원 할인된 150만원이 적용된다. 신규와 갱신 모두 품목별 측정심사비는 별도로 부과된다.


현재 기업 제품이 라돈 기준치를 넘었거나 별다른 인증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라돈 기준치 준수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선진국도 의무보다는 권고 위주긴 하지만 기업이 민간보다 국가 공인 인증을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인증 정보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인증을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거나 비용과 절차를 간소화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환경공학부 교수).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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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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