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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침몰한 반도체 강국 日, 전철 밟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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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 인재양성 자율성 부여
병역특례·세제지원 등 고려해볼만

[시시비비]침몰한 반도체 강국 日, 전철 밟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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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일본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50.3%를 점유하며 세계를 호령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반도체 상위 기업 리스트에서 일본을 찾기 힘들다. 반도체 최강국, 일본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일본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킨 플라자 합의 이후 연이어 맺은 미·일 반도체 협정 그리고 메모리 대공황이 일본 반도체 산업 몰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진 인재 부족 문제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를 더 부추겼다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로 꼽히는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 저서 ‘히든 히어로스’에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일본은 자동차 소재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공계 인재들이 여러 산업으로 분산됐기에 반도체 분야에 인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공급된 인재들도 다시 5대 대기업으로 분산됐기에 어느 기업도 충분한 인적자원을 보유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일본 메모리 산업의 쇠퇴가 크게 앞당겨졌다고 생각한다."

남 일 같지 않다. 최근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무섭게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는 의과대학 쏠림 현상에 ‘설마’란 우려가 들어서다. 물론 인재들의 의대행을 막을 수는 없다. 불확실한 시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뒷받침된 직업을 선택하겠다는데 어찌 말리겠느냐. 그렇다고 정부가 의료시스템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의사들의 연봉을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대학과 기업에 인재 육성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자체적으로 육성할 계약학과의 확대는 물론 학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해 인재들이 오고 싶은 분야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학·석·박사를 6년 내 마칠 수 있는 통합과정이나 기업 연구소 현장 등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건 어떨까.


둘째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학과에 대한 병역 특례 확대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임 전 사장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가을 무렵 한국반도체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에서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고민 없이 지원했다고 했다. 삼성 반도체 굴기의 주축도 1980년대 기흥연구소와 기흥공장에 배치됐던 병역 특례 요원들이었다고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한 병역 특례가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면 이스라엘처럼 군대 복무기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사단 내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제도 운용을 고민해볼 만하다.

셋째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추가 세제지원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재벌 특혜법이라며 반대할 것이 아니라 혁신, 창조를 위해 포용할 수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 혁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청정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지원받은 대출금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공공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가 "정부는 시장의 혁신을 이끌 공동 창업자가 돼야 한다"고 한 것처럼 국회도 시장의 공동 창업자가 돼야 한다.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 실패는 시장의 실패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되면 인재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이은정 콘텐츠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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